김영하 작가의 7년만의 신작 장편 ‘작별 인사’가 밀리의 서재를 통해 지난 15일 공개됐다.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 업체에 1만 5,900원을 내면 책을 배송 받아 읽어볼 수 있으며, 서점에서는 2~3달 뒤 일반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면 그때 만나볼 수 있다. 서점에는 없는 최고 작가의 한정판 종이책이라는 마케팅 전략 때문에 출간 전부터 출판계 안팎을 달궜다.
정작 밀리의 서재를 통해 먼저 만나본 ‘작별 인사’는, 책을 둘러싼 여러 소란과는 별개로 심플(?)했다. 배경은 근미래의 한국, 그 중에서도 평양이다. 인공지능 연구소 휴먼매터스에서 연구원인 아빠와 함께 사는 소년 철이가 어느 날 인간형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수용소로 끌려간다. 무등록 휴머노이드 단속법이 발효된 세계에서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질문과 맞닥뜨린다. 철이가 수용소에서 만난 복제인간 선이와 또 다른 휴머노이드 민이와 함께 펼치는 모험과 성장이 소설의 큰 틀이다.
작별 인사
김영하 지음
밀리의 서재 발행ㆍ173쪽ㆍ1만4,000원
철이는 “나는 시를 읽으며 감탄하고 영화를 보다가 괴로워하고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19세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안타까워하면서 읽어.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인간이 아니야?”라고 묻는다. 인간처럼 감각하도록 설계된 안드로이드를 인간과 완전히 별개의 존재로 치부할 수 있는가라는 철이의 자문은, 결국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라는 소설의 주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의 존재론적 갈등은 SF에서 가장 고전적이고도 흔히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다. 여기에다 주인공 이름인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고 싶어하던 소년 철이가 주인공인 고전만화 ‘은하철도 999’를 대놓고 오마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치밀한 과학적 장치 대신, 철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은 이야기를 빠르게 진전시킨다.
20일 열린 신작 출간 기념간담회에서 김영하 작가는 “문학은 처음에는 소리였고, 이후 끊임없이 변화해왔으며 앞으로도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으로 읽는 방식이 계속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뭐든 하던 대로 하는 걸 지겨워하는데, 밀리의 서재는 새로운 서비스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느낌”이라는 김 작가 말처럼, 밀리의 서재와 SF소설로 돌아온 김영하는 확실히 새로운 가능성처럼 보인다. 다만 그 가능성이 충분히 매력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 될 것이다. 물론, 그 판단 또한 당분간은 밀리의 서재 독자들만의 몫이겠지만.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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