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13번 출마에 11번 낙선… 또 다시 무소속으로 도전
‘논개 퍼포먼스’로 주목…두루마기 입고 홀로 유세·선거자금은 수 백만원 뿐
경남 진주시를 굽이 감싸는 남강에는 사연도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사연은 1953년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진주성이 함락되자 논개는 원한을 갚기 위해 촉석루 아래 의암바위로 왜장을 유인해 함께 몸을 던져 순국했지요.
이 논개의 순국을 따라 선거 운동을 펼친 이가 있습니다. 이번 4ㆍ15 총선이 그의 14번째 도전이라고 하는데요. 경남 진주시 을에 도전하는 강갑중(71) 전 경남도의원입니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 기간 중 ‘돈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남강에 몸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강 전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는데요. 그는 “모 후보가 합동 유세에서 부정행위를 하길래 깨끗이 선거를 하자는 뜻을 적인 조형물을 안고 강에 몸을 던졌다”며 “모르긴 몰라도 논개 이후 한복을 입고 처음으로 몸을 던진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모습은 당시 지역 공중파 방송에서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지금 같은 ‘유튜브 세상’에서야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이 정도 쇼맨십은 놀라운 것도 아니겠지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었죠. 더구나 보수적인 경남 진주에서 했으니 말이죠.
강 전 의원이 처음 선거에 도전한 건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월남전에 참전해 부패한 사회 온상을 보면서 정치를 하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고 했는데요. 그 이후로 쭉 경남 진주 선거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연달아 공천 심사 단계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습니다.
강 전 의원은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경남 진주을 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드디어 출마하게 됐습니다. 흔히 말하는 담벼락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벽보를 처음 붙이게 되는 순간이었죠. 결과는?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무소속 정필근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고요.
그 다음 선거인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 같은 선거구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신한국당 하순봉 후보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200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진주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에게 밀렸고요.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경남 진주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역시 지고 말았습니다. 4연패. 4번 연속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당선의 기쁨이 찾아온 건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였습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경남도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거죠. 무소속이나 진주에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았던 진보 진영 후보로 출마했다가 결국 당선이 떼 논 당상이었던 보수 진영 후보로 나섰습니다.
이후에도 2012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낙선했다가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경남 진주시의회 선거에서 당선되는 등 롤러코스터 같은 정치 인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14번째 출마이다 보니 자신 만의 유세 노하우가 있다고 합니다. 강 전 의원은 “선거 운동을 할 때마다 조직원이 없어서 수백만 원만 들고 논바닥에 선거 사무소를 차리곤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선거 때마다 큰 돈 들일 만큼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점도 감안한 것이기도 하죠.
실제로 강 전 의원은 선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세 활동도 일부 자원봉사자들과 하거나 홀로 다니면서 지역 주민들과 가까이 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고 하네요. 선거 때마다 늘 출마하는 사람이니까 시민들도 ‘아 선거 나오는 사람. 직업이 출마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사실상 ‘강갑중=이동하는 선거사무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비록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시 의원, 도 의원을 했으면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강 의원은 다시 출마합니다. 강 전 의원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되새길 겁니다.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수도 있고요. 두 거대 정당 후보들의 틈 바구니에서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죠.
그는 “농협에서 일하던 당시 지역별 인재 할당제를 도입했지만, 이후 지역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지역 인재 할당제를 강조했습니다.
강 전 의원은 “지방 대학을 살리고 지방 인재를 유출하지 않고 머물게 하려면 지역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나서 이방 인재를 채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인재 할당이 40% 이상 되도록 제 의원직을 걸겠다. 2년 안에 공약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내놓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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