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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낳은 화제의 인물 샤론 최 “10초 명상으로 무대공포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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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낳은 화제의 인물 샤론 최 “10초 명상으로 무대공포 극복”

입력
2020.02.19 17:31
수정
2020.02.19 19: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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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최성재씨가 지난 8일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제35회 인디펜던트 스피릿상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산타모니카=A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과 최성재씨가 지난 8일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제35회 인디펜던트 스피릿상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산타모니카=AP 연합뉴스

“무대공포는 무대 뒤 10초 명상과 ‘나는 그들이 보는 내가 아니다’는 생각으로 이겨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통역으로 일하며 인기와 화제를 모았던 최성재(샤론 최)씨가 ‘기생충’과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가 18일(현지시간) 단독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서다. 최씨는 ‘기생충’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과, 오스카 레이스를 함께 하며 느꼈던 감정, 유명해진 후 자신에게 벌어진 일 등을 기고문에 세세히 적었다. 최씨는 아카데미영화상 등 각종 시상식과 행사에서 ‘봉준호 아바타’라고 불릴 정도로 봉 감독의 발언을 명확하고, 재치 있게 전달해 ‘기생충’이 낳은 또다른 스타라는 평가를 받았다. 버라이어티는 최씨가 수백 건의 인터뷰 요청을 사절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지난해 4월 봉 감독의 전화 인터뷰 통역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뒤늦게 확인했다. 시나리오 작업으로 이메일을 늦게 봐 통역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그는 ‘다음엔 가능하니 연락 주시라’는 답장을 보냈고, 며칠 뒤 통역 제안이 다시 들어왔다. 최씨의 통역 경험은 ‘버닝’(2018)의 이창동 감독과 함께 했던 1주일 가량에 불과했다. 최씨는 봉 감독이 전화 인터뷰 중 불분명하게 언급한 영화들을 놓쳤고, 다른 통역사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리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최씨는 칸국제영화제에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우연찮게도 영화제 기간 동안 칸이 위치한 프랑스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최씨는 “‘기생충’이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첫 상영될 때 전류가 뚜렷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내 조국에 대한 영화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걸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도 했다.

최씨는 “어린 시절 미국에서 2년을 보내 미국인이 되기엔 너무 한국적이고, 한국인이 되기엔 미국적인,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도 될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을 언급하며 “‘기생충’은 모든 장벽들을 무너뜨릴 것 같은 이야기였다”고 평가했다. 최씨는 자신이 “당초 영어권 언론을 대상으로 이틀 정도만 필요했다”면서 “‘기생충’이 상을 받아야 할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던 (칸영화제) 폐막식 무대까지 서 있게 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통역 과정의 어려움도 전했다. 그는 “통역할 때는 생각에 잠길 시간이 없다”며 “통역은 지금 존재하는 순간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표현했다. “다음 통역을 위해 이전 기억을 깔끔히 지워야만 했다”고도 밝혔다. “동서양 문화들, 봉 감독 발언의 명확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했다”며 “봉 감독의 배려, 대학 재학 시절 쓴 과제물로 봉 감독의 언어에 이미 익숙했던 점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씨는 “내가 자라면서 존경했던 사람들 앞에서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말들을 잘못 전달할까 봐 불안감에 계속 시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씨는 “‘기생충’과 함께 한 여정이 특권이었다”며 “무엇보다 배우와 스태프 등과 거의 매일 같이 보며 일대일 관계를 맺은 게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봉 감독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존경을 표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을 감안했을 때 “‘기생충’과 함께 했던 사연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2월 9일을 ‘기생충’의 날로 지정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 이름을 활용한 (사회관계망서비스) 스팸 광고는 사양한다”고도 했다. 그는 “당분간 나와 노트북 사이 시간만 있을 것이고, 지금은 나 자신과 영화 언어 사이를 오가는 통역 일만 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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