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전화 걸어 불출마 권유… 황교안 측근 이진복 불출마로 김 위원장 힘 입증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금까지의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4ㆍ15 총선 공천을 책임지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강도 인적 쇄신이 예고된 대구ㆍ경북(TK)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요즘 전화 받기가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권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김형오의 ‘입’에 당 전체가 울고 웃는 상황이다.

이진복(3선ㆍ부산 동래구)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체 없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이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상임특보단장과 총선기획단 총괄기획팀장 등 요직을 맡았다. 황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데다, 전날 공관위 면접도 치른 터라 그의 불출마 선언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 의원은 공관위로부터 불출마를 권하는 연락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면접을 보고 나서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 안팎에선 이 의원의 불출마를 김형오 공관위의 ‘막강한 힘’을 증명하는 사례로 본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대표 핵심 측근이 공천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과거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황 대표에게 전권을 받았다”고 한 바 있다. 총선 공천 심사는 ‘당 지도부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독립기구’인 공관위가 주도하는 게 원칙이지만, 물밑에서 당대표가 ‘실권’을 행사하는 게 관행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대 총선에선 청와대가 노골적 ‘공천 명단’을 작성해 전달하면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TK 지역 일부 의원과 다선 의원들에 불출마를 권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포감은 더 커졌다. TK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요즘 안녕하냐는 인사에 안녕할 TK 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19일엔 TK 공천 신청자 면접이 예정돼 있었으나, 공관위가 면접 시작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일정을 미뤘다. 김 위원장이 무언의 용퇴 압박을 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언주(경기 광명을) 의원의 부산 전략 공천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그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합당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의원에게 “(미래를향한전진4.0 출신인) 이언주 의원이나 새보수당이나 통합은 마찬가지인데, 이 의원은 단수 공천 받고, (새로운보수당 출신인) 이혜훈, 하태경, 지상욱은 경선을 하는 결과가 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자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 보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혜훈 의원이 유 의원에게 전달 받은 메시지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재진에 포착됐다. 유 의원은 이 의원에게 “김형오가 갈수록 이상해지네”라고도 했다. 이를 겨냥한 듯 공관위는 이날 저녁 “최근 일부에서 공관위의 원칙과 방향을 흔들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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