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검사장 회의 비판… 법무부 “회의 비공개”
법무부 검찰담당 과장이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ㆍ기소 분리 방안을 방어하려다 이른바 ‘2학년’으로 불리는 평검사들의 맹공을 당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여주지청 구자원(33ㆍ사법연수원 44기)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말이 어떤 방향인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고 화두를 던졌다.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돼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상당 부분의 수사권이 경찰에 부여된 마당에 다시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분리한다는 것인지 선뜻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 검사는 앞서 추 장관의 추진안에 반대하는 글을 올린 이수영(31)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초임지를 거쳐 두 번째 임지에서 일하고 있는 검사를 뜻하는 ‘2학년’ 평검사들이다. “소추기관인 검사는 공소의 제기나 유지뿐만 아니라 수사의 개시 단계부터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추 장관을 정면으로 반박한 이 검사의 글에는 70여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구 검사는 21일 열리는 검사장 회의 내용의 공개도 요구했다. 그러자 법무부 내에서 검찰 업무를 관장하는 김태훈(49ㆍ30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댓글을 달아 진화에 나섰다. 김 과장은 “검사장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전례가 없다”면서 “주요 요지 위주로 논의 내용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썼다. 김 과장은 이 검사의 글에도 댓글을 달아 “법무부가 일선은 물론 대검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리라는 일부 언론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과장이 댓글을 달자 이번에는 일선 검사들이 2학년 검사들을 대거 지지하며 검찰 내부망을 달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47ㆍ27기) 부산고검 차장은 “구 검사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고 남겼다. 세월호 특별수사단에 소속된 한상형(41ㆍ36기) 검사는 “누구나 품을 수밖에 없는 의문에 동문서답으로 회피하는 자들의 한심한 작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구 검사를 응원했다. 송명진(36ㆍ39기) 대전지검 검사는 “검찰과장님께서 공지사항도 아닌 댓글로 (검사장 회의) 논의의 요지만 전달한다고 하시니, 그 형식의 가벼움에 비추어 볼 때 법무부 스스로 검사장 회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김 과장을 직격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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