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피아’(DBpia)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18일 서울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 모인 ‘새로운 학문 생산 체제와 지식 공유를 위한 학술단체와 연구자 연대(지식공유연대)’ 소속 학자들의 화두였다. 지난해 준비 모임을 거쳐 4월 정식 출범을 앞둔 지식공유연대는 이날 그간 논의해 왔던 ‘오픈 액세스(OA)’ 운동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현재 학술 논문 대부분은 민간 데이터베이스 업체 ‘누리미디어’가 운영하는 플랫폼 디비피아를 통해 유통된다. 학회가 학회 소속 연구자들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은 논문들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는 조건으로 디비피아에 논문을 넘기면, 디비피아는 돈을 받고 논문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인터넷이 본격화한 1990년대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구조가 형성됐고, 논문 검색에 대한 수요가 많은 대학 도서관들이 주요 고객이다.
문제는 이런 상업적 유통 방식을 택하다 보니 일반 대중들은 물론, 전문 연구자들까지 논문에 손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독료 인상 때문에 대학이 구독 계약을 해지하기도 하고, 플랫폼의 이익을 위해 학회 차원의 공적인 논문 활용도 금지하는 계약 조항이 생기기도 한다. 학교 밖 연구자들은 물론, 학교 내 연구자들조차 불편을 호소하게 됐다. 많은 논문이 국민 세금이나 재단 기금 등에서 지원된 연구비에 기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학술 논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OA 운동의 핵심이다.
이날 토론에서 정경희 한성대 교수는 자신이 속한 한국기록학회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기록학회는 지난해 9월 디비피아와 계약을 끊고 올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코아(KOAR)’로 학술지 출판 플랫폼을 갈아탔다. 그 대신 저작권 수입이 줄어드니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학회지 인쇄본 출판을 중단하고 회원들은 동료 논문 심사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OA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논문 플랫폼 운영에 연구자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주문이 줄을 이었다. 한국공간환경학회장 박배균 서울대 교수는 “학술지 OA 추진과 동시에 연구자들 스스로가 지식 공유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재주만 부리는 곰’ 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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