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합의 이행 연기” 목소리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중심에 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영국 런던 화웨이 매장의 로고.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휘청거리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몰아붙이고 있다. 최근 유엔 대북제재 위반을 포함한 16개 범죄 혐의로 화웨이를 추가 기소한 데 이어 ‘미국산 반도체장비 사용 규제’라는 행정적 압박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지난달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해빙 무드였던 양국 간 이상 기류가 현실화하면서 중국에선 합의 이행 연기 주장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해외 기업의 군사용 또는 국가안보 관련 제품에 미국 기술의 사용을 제한하는 ‘해외 직접생산 규정’ 변경을 추진 중이다.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를 이용하려면 미 당국의 사전 승인(라이선스)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화웨이 거래 기업의 미국 장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해 화웨이를 옥죄려는 것이다.

이번 보도는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화웨이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 발생으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고 오프라인 시장은 50% 수준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중국 현지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에 달하는 화웨이의 타격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중 화웨이를 ‘중국 때리기’의 핵심 타깃으로 삼아 왔다. 특히 미 행정부의 최근 행보는 미중 무역합의를 재선용 치적으로 삼고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옹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앞서 지난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56차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잇달아 중국을 비판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이 세계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화웨이를 직접 거론하며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중국 정보기관의 ‘트로이 목마’”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거듭되면서 중국에선 무역합의에 따른 미국산 제품 구매 이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쉬치위안(徐奇淵) 선임연구원은 1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 2,000억달러(약 238조1,000억원) 구매 이행 의무를 연기해줄 것을 적절한 방식으로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중국 관료들이 1단계 무역합의에서 한 약속들을 놓고 미국의 유연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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