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번 환자 유족에 2000만원 배상”
1번 환자 대응부실 국가 책임 인정
감염경로 같은 104번 환자는 패소
2018년 9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두 소송에서 상반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감염경로가 같은 환자들이 제기한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한쪽에서는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됐지만 다른 쪽은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심재남)는 메르스로 사망한 80번 환자 A씨의 유족들이 국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5월 27일 암 추적 관찰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됐다. 14번 환자는 폐렴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맞은 편 병실을 쓰는 1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였다. A씨는 10월 1일 메르스 격리 해제로 집에 돌아왔지만, 열흘 뒤 다시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고, 메르스 양성ㆍ음성 반응을 반복해서 보이다가 11월 25일 사망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에 대한 검사를 지연하고 평택성모병원의 역학조사가 부실했던 점이 인정된다”며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날 판결은 메르스 104번 환자 B씨의 유족들이 국가와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 판결과는 완전히 다른 결론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는 104번 환자 유족들이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역학조사가 부실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1번 환자로부터 14번 환자에게 메르스가 옮은 시점 등을 고려하면, 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가 적기에 이뤄졌어도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재판부와 같은 법원의 B씨 재판부는 1번 환자의 검사 지연이 미친 영향을 다르게 판단한 셈이다. 민사합의부의 경우 검사 지연이 14번-80번으로 이어지는 연쇄 감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 반면, 지법 항소부는 검사가 빨랐어도 결과가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같은 감염경로를 두고 두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린 만큼, 1번-14번 환자의 감염 책임에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대법원 등 상급심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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