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합당’ vs ‘흡수통합’ 첫 의총서 얼굴 붉힌 미래통합당
격분한 정병국 “따로 인사 자리… 심히 유감스럽다”

“저희 새로 들어온 것이 아니고 함께 하는 겁니다. 따로 이렇게 자리 만든 것에 대해서 유감입니다.”

반가운 마음보다 서운함이 앞섰나 봅니다. 3년 2개월 만에 다시 만나 합쳤는데도요. 18일 미래통합당 첫 의총에서 나온 말입니다. 정병국 의원은 통합을 외치는 이날 얼굴을 붉히고 ‘할 말’을 참지 않았습니다.

정 의원이 서운함을 드러낸 까닭은 미래통합당을 보는 시선이 한국당 출신 의원들과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 간에 조금 달랐기 때문입니다. 정 의원은 “오늘 미래통합당은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저희 이 앞에 나온 사람들이 새로 들어온 것이 아니고 함께하는 것”이라며 ‘함께’를 유독 강조했는데요. 정 의원을 포함한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은 ‘신설합당’을 내세우지만, 이날 첫 의총이 마치 한국당에 ‘흡수통합’된 것처럼 보였다는 게 정 의원이 밝히는 서운한 지점입니다.

오해를 살만한 점도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의총장 앞줄에는 마치 입당한 의원들을 환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지정석이 마련된 건데요. 정 의원은 “저는 오늘 따로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서 심히 유감”이라며 “우리가 정말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가시면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얼굴을 붉혔던 정 의원은 굳은 표정을 풀고 “우리는 다 같이 미래통합당을 만든 사람들”이라며 “그러면 다 같이 인사를 하고 함께하셔야지 왜 우리만 나와서 인사를 해야 합니까. 함께! 미래통합당으로 갑시다”라고 독려한 뒤 휙,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찬바람 풍기며 사라진 정 의원을 붙잡은 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입니다. 심 원내대표는 “저기 잠깐, 정 의원님 같이 인사해요. 다 같이 일어서세요. 서로 상견례 인사하면서”라며 분위기를 풀려고 나섰는데요. 여기에 사회자를 맡은 민경욱 의원이 다시 “인사 서로 하시고요. 말씀은 듣는 거로 하겠습니다. 이혜훈 의원님 인사 말씀하셔야죠”라며 끈질기게 인사를 요구하자 심 원내대표가 “안 해도돼. 됐어요. 그냥 인사 말씀, 인사 하지 마요”라며 다시 말리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분열됐던 보수정당이 3년 2개월 만에 겨우 다시 만난 이날, 잔칫집이라기엔 다소 싸늘하고 어색한 분위기였는데요. 비 온 뒤에 땅이 굳을지,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갈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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