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기의 주무대가 실물카드를 이용한 자동현금인출기(ATM)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수법이 더욱 고도화되고 금액도 늘고 있어 세계 각국의 정부와 카드사들도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이 공개한 ‘주요국의 지금수단 사기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8년 중 세계 카드사기 금액은 278억5,000만달러(약 33조원)에 이른다. 총 결제금액과 비교하면 0.06% 수준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액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이다. 한은은 2023년에는 카드사기 금액이 356억달러(약 4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실물카드를 제시하지 않고 온라인 등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비대면 카드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어서다. 2018년 기준 비대면 카드 거래 금액은 전체 금액의 15% 정도다. 그런데 사기 손실 금액에서 비대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이른다. 전자상거래의 빠른 성장에 비해 사기를 막는 보안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얘기다.
특히 비대면 거래를 통한 사기는 대면 거래를 이용한 사기보다 적발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카드사기의 중심은 ATM기나 상점에 별도의 장치를 설치해 카드에 담긴 정보를 탈취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장치 없이도 카드 소유자의 개인 정보만 알면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화나 메신저를 이용했던 ‘보이스피싱’이 시들해진 대신 SNS 등을 이용한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컴퓨터를 해킹하거나 진짜와 동일한 가짜 프로그램ㆍ페이지를 만들어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파밍’이나 SNS나 다크웹 등 인터넷 공간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계좌를 탈취하는 식이다.
이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에선 지난해 11월부터 실제 결제가 이뤄질 때까지 여러 장벽을 두는 고객인증(SCA)을 도입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사기거래 감시 시스템도 등장했다. 마스터카드는 2017년 ‘디시전 인텔리전스’를 개발해 이상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문제가 있는 거래는 승인 거절 처리한다
한은은 “급증하는 계좌이체 사기, SNS를 활용한 메신저 피싱 등 신종 지급수단 사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해 소비자 피해보상 등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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