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신분 도용, 인터넷에 글 올려 
 웨이보 “해외 IP로 유언비어 유포”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소속 연구원의 사진과 신분증을 도용해 17일 "연구소장이 실험용 동물을 화난수산시장에 팔았다"고 SNS에 올린 거짓 글. 뒤늦게 당사자 얼굴과 신분증 번호를 가렸지만 아직 SNS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안된 내용이 돌고 있다. 웨이보 캡처

후베이성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장이 “실험용 동물을 화난수산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글이 17일 중국 인터넷에 확산됐다. 화난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무더기로 환자가 발생한 곳이다. 가뜩이나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에 불을 지피는 주장이다.

더구나 이 글은 소속 연구원 실명으로 올려져 그럴듯하게 포장됐다. 전날에는 연구소에 근무했던 여성 대학원생이 최초 감염자인 ‘0번 환자’라는 소문이 확산돼 곤욕을 치르더니, 이제는 연구소가 마치 바이러스의 온상인양 노골적인 비판을 받는 처지다.

18일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전날 오후 ‘웨이커티에즈5’라는 계정으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고발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소속 연구원 천위엔자오(陳全姣)는 “왕옌이(王延軼) 소장은 연구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어 평소에도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아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며 “실험용 동물을 화난수산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는 전염병 방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범죄이지만 왕 소장의 남편은 최고위층에 선이 닿아 재주가 좋은 인물”이라면서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 같은 왕 소장의 만행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웨이보 글에 천 연구원의 사진과 신분증 번호까지 공개돼 있어 선뜻 가짜라고는 의심하기 어려웠다. 내부 고발자의 구구절절한 호소문으로 비쳤다.

하지만 거짓은 곧 발각됐다. 일부 네티즌이 글쓴이의 아이디를 이상하게 여겨 추적했더니 앞서 여러 차례 폐쇄된 계정이었다. ‘웨이커티에즈’라는 기존 아이디에 5번째로 사용한다는 의미의 ‘5’라는 숫자가 붙었다. 유언비어 유포 전담 계정이었던 셈이다.

추적해보니 이 웨이보의 주소는 해외 IP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원의 신상정보를 빼내 제보 형식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왕가오페이(王高飛) 웨이보 대표는 “이 글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글을 삭제했다. 환구시보는 “훔친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중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거짓을 퍼뜨리려는 범죄”라며 “전염병 발생을 둘러싼 온갖 음모론과 루머가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름을 도용 당한 천 연구원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신분을 사칭해 사실을 날조하는 것에 매우 분개한다”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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