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서 “누가 재판 믿겠나” 비판하며 논란 번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현직 법관들이 1년 만에 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잠정적 조치인 업무배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일부는 아직 1심 재판 선고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7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현직 법관 8명 가운데 7명에 대해 다음달 1일자로 재판부 복귀를 발령 냈다. 심상철 수원지법 성남지원 광주시법원 원로법관과 이민걸 대구고법 부장판사,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신광렬 사법정책연구원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 이달 29일로 사법연구 기한이 종료되는 7명의 법관이 대상이다.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본인 희망에 따라 8월31일까지 사법연구 기간이 연장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뒤 사건에 연루된 법관들은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채 사법연구 발령과 함께 1심 재판을 받아왔다. 사법연구는 법관들이 재판 업무 대신 국내나 해외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지만, 업무배제의 성격이 강하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3월과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법관들에 대해 사법연구 발령을 내면서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법관이 다른 한편으로 재판업무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의 사법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기소된 법관들의 사법연구 발령 기한이 끝나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사법연구 발령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잠정적인 조치였다”며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경우에 따라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어, 사법연구 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루 법관들을 원대복귀시키는 조치를 두고는 논란이 적지 않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의 한 변호사는 “판사 탄핵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복귀한다면 사법농단 사태는 흐지부지 끝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들의 재판을 승복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재판부로 복귀하는 법관 가운데는 아직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어 논란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등 4명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나머지 3명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초동의 한 개업 변호사는 “1심에서 무죄가 나온 판사들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지만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판사들까지 복귀시키는 것은 사법신뢰 형성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에 복귀하는 법관들이 곧장 재판 업무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소속 법원의 사무분담 결정에 따라 법원 내에서 재판 외 업무를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현직 부장판사는 “법원에 복귀는 시키되, 사건 당사자와 대면하지 않는 업무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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