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지지자들, 공격적 지지 행태 도마에
네바다주 노조 간부에 욕설 이메일ㆍ문자 공세
샌더스 “용납 못해” …바이든 “샌더스 대응 불충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주자로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지지자들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일부 열성 지지자들이 비판 진영에 욕설이 섞인 이메일과 전화ㆍ문자 공세를 퍼붓는 등의 극단적인 행태로 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덤 정치’는 샌더스 의원 돌풍의 동력이지만 반(反)샌더스 기류를 가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최근 네바다주(州) 최대 노동조합인 요식노동조합 지도부가 샌더스 의원의 대표 공약인 ‘전국민 건강보험’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이 입에 담기 힘든 성ㆍ인종차별적 욕설이 담긴 이메일이나 문자 폭탄을 보내는가 하면 온라인 상에선 노조 간부들의 주소 등도 공개됐다. 조합 회계담당자 아구에로 클라인은 “수백 통의 위협적인 이메일과 전화ㆍ문자를 받았다”며 “민주적 과정을 믿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은 너무 무섭다”고 토로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ㆍ호텔ㆍ식당 노동자들이 소속된 이 조합은 그간 파업으로 쟁취한 자신들만의 건강보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단일 체계의 전국민 건강보험을 반대하는 전단지를 회원들에게 배포했다가 샌더스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22일 세 번째 경선이 치러지는 네바다는 아이오와ㆍ뉴햄프셔와 달리 비중이 높은 유색인종 표심의 가늠자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지역이다.
샌더스 의원은 지지자들의 행태가 도마에 오르자 성명을 내고 “어떤 종류의 괴롭힘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가 “‘모든’ 캠프 지지자들이 추악한 인신공격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색인종의 지지세가 강해 네바다에서 반등을 노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샌더스 지지자들의 공격은 증오에 차 있고 악의적”이라며 “그들이 누구인지 찾아서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해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일부 샌더스 지지자들의 공격적ㆍ극단적 행태는 그간에도 계속 문제가 돼 왔다. 지난해 9월 진보단체 ‘워킹 패밀리 파티’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지지를 선언했을 때 샌더스 지지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이 단체의 흑인 여성지도자 100여명은 “샌더스 지지자들로부터 인종차별적 공격을 당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샌더스 캠프 측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캠프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캠프의 선거운동 기조가 ‘주류 타파’이고 방식도 공격적인데다 2016년 경선 때 민주당 주류로부터 후보직을 강탈당했다는 피해의식까지 겹쳐 있어 일부 지지자들의 외골수적 경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지지자들의 이런 행태는 샌더스 의원의 중도 확장성을 되레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가뜩이나 샌더스 의원이 표방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일도 쉽지 않은 터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벤 라볼트는 CNN방송에 “풀뿌리 지지자들은 오늘의 샌더스 의원이 있게 한 일등공신이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그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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