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그동안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중국산 보안프로그램 삭제에 착수했다. 올해 야심작으로 선보인 ‘갤럭시S20’과 ‘갤럭시Z플립’의 경우엔 아예 중국산 보안프로그램이 지워진 상태로 나오고 이미 판매된 기존 스마트폰에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해결할 방침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월 말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해 중국 보안 프로그램 업체 ‘치후360’을 활용해 제공해 온 ‘스마트폰 저장공간 관리 기능’ 삭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출시될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20과 갤럭시Z플립엔 해당 기능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저장공간 관리는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기본 기능이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페이지를 방문하고 영상을 시청하면 캐시 파일, 광고성 파일 등 불필요한 데이터가 찌꺼기처럼 저장공간에 쌓이게 되고, 이 파일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지면 시스템 속도 저하 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불필요한 파일들을 골라내 지워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닥터’라는 자체 개발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삼성전자가 2017년부터 중국산 프로그램으로 대체해 온 사실이 드러나며 잡음이 시작됐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 이용자가 해당기능을 실행하면 중국 서버와 데이터가 교류된다는 통신기록을 공개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확대됐다. 기존 갤럭시폰에선 ‘설정-디바이스 케어-저장관리’ 순으로 선택해 들어가면 ‘지금 정리’라는 버튼과 치후360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란 의미로 ‘제공+360’ 문구가 적혀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불필요한 파일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치후360를 사용했다”며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빠져 나갈 가능성은 없다”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회사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프로그램이 언제 ‘백도어(개발자가 시스템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만들어 놓는 비공개 접속 기능)’를 심어둘 지 모르고, 데이터 정리 기능이 이용자가 지우거나 중단할 수 없는 선탑재 앱이어서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비판은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입장에선 ‘저장공간 최적화 기능 삭제’란 특단의 대책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근래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지난해엔 다른 사람의 지문으로도 잠금이 해제된 지문인식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프트웨어 패치를 긴급 배포했다. 최근 들어선 배우 주진모씨의 삼성 클라우드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돼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성능이 발전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보지 않아도 필요 없는 파일을 분별하고 자동으로 최적화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새로 출시할 제품부터 시작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한 기종들로 저장공간 최적화 기능을 삭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