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ㆍ30번 확진자가 서울 종로구민으로 확인되자 인근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9번 환자의 경우 감염 경로도 파악되지 않았는데 거주지 일대에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층이 많아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찾아간 서울 종로구 숭인1동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숭인 1동은 29·30번 확진자가 살던 곳이다. 숭인 1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미선(64)씨는 “그렇잖아도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마트를 찾는 손님이 확 줄었는데 어제 우리 동네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노인들은 아예 밖으로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더구나 29번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사흘에 한 번 종로3가의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하는 등 종로와 동대문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이렇다 보니 동네 주민들은 혹시라도 길에 돌아다니다 추가 감염에 노출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숭인 1동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는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재가노인지원센터에서 반찬을 받아 도시락 배달을 하러 가는데 확진자가 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내일은 봉사활동을 하러 갈 지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29번 환자가 거쳐간 병원들은 모두 임시 폐쇄 상태였다. 특히 29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각 여섯 차례와 두 차례 찾은 강북서울외과의원과 신중호내과의원엔 이날도 감기에 걸린 노인들이 찾았다가 문을 닫은 걸 보고 인근 종로구보건소로 향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포착됐다. 이 병원에서 함께 진단받은 환자들의 추가 감염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창신2동에서 사는 허금열(78)씨는 “기침과 가래 증상이 있어서 원래 자주 방문했던 신중호내과의원을 찾았다”며 “이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방역 요구도 쏟아졌다. 숭인1동에 사는 송(75)모씨는 “아침부터 동네 사람들과 함께 방역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숭인1동 주민센터 유종일 동장은 “내일이나 모레 안에 방역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주민들에게 외부노출을 자제하라고 전달하는 것이 주민센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인근 상권에도 감염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9번 환자 동선과 가까운 곳에 있는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이 찾는 시장 중 하나다. 그렇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선 29번 환자가 시장을 지나다 감염된 건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구완구점을 운영하는 A씨는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해 마스크를 쓴 사람들만 들어오게 한다”며 “그래도 가게 밖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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