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애니메이션 하나, 열 드라마 부럽지 않다. 국내 최초 ‘호러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CJ ENM의 ‘신비아파트’ 얘기다. ‘신비아파트’는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을 잇는 토종 애니메이션 성공작으로 꼽힌다. 특히 뮤지컬 웹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영역으로 무대를 넓히면서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17일 CJ ENM에 따르면 ‘신비아파트’ 시리즈는 2016년 투니버스 채널에서 첫 방송됐다. 주인공은 도깨비 신비, 하리ㆍ두리 남매다. 이들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귀신들 사연을 듣고 억울함을 풀어준다. 4~13세용 애니메이션 장르치곤 특이하게 호러 형식을 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소재의 참신함이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
시즌1의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ㆍ4~13세 기준)은 5.85%를 기록했다. 2017~18년 방영된 시즌2의 최고 시청률은 10.82%였다. 이 정도면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도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유아 콘텐츠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신비아파트는 다음달 5일 시즌3의 방영을 앞두고 있다.
‘신비아파트’ 인기에는 ‘엄마팬’ 영향도 크다. 온라인 맘카페 등에선 ‘귀신들 사연 듣다 보니 눈물이 나와 오히려 딸이 나를 위로해줬다’ ‘겉으론 아이들에게 오래 보지 말라고 타이르면서도 정작 내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틀어주곤 한다’ 등 반응이 많다. 아이들용 프로그램이라 스토리도 자극적이지 않다. 귀신의 원한을 푼다 해서 주인공과 악당 간 선악 이분법적인 대결이 등장하지 않는다. 되레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해지는 감동적인 결론이 많다. 오히려 그 때문에 성인들 입장에서 ‘힐링’이 된다는 평가다.
아이들에 이어 엄마 마음까지 사로잡은 덕에 ‘신비아파트’는 재작년과 작년 각각 시즌1, 2 형식의 웹드라마 ‘기억, 하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하리의 이야기로 제작된 일종의 ‘스핀오프’물이다. 이 또한 누적 조회수 3,300만건을 기록하면서 지난달 17일부터는 시즌3에 해당하는 ‘연애공식 구하리’가 제작, 방송되고 있다.
‘신비아파트’는 뮤지컬과 게임으로도 제작됐다. 2017년 처음 선보인 뮤지컬은 초연 이후 매년 예매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엔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스마트폰 게임 ‘고스트헌터’로 나왔다. 현실에서 길을 돌아다니며 귀신을 잡는 게임으로 ‘포켓몬고(GO)’와 비슷한 방식이다. 지난해 12월엔 시뮬레이션 게임 ‘고스트시그널’이 출시되기도 했다.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신비아파트’가 벌어들인 총 매출액은 뮤지컬, 게임 등을 모두 합쳐 1,3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강헌주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 국장은 “올해 투니버스 25주년을 맞아 신비아파트를 비롯, 다른 애니메이션들까지 다양한 부대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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