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선제적 대응 나서… 29번 환자 부인 30번째 확진 판정
방역망을 벗어나 발병한 것으로 보이는 국내 29ㆍ30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의 감염 원인 규명에 실패할 경우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 단계 진입’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단계 진입을 시간 문제로 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제한적 지역확산 상황’에 돌입했다고 못을 박았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신종 코로나의 30번째 확진환자가 나왔다고 17일 밝혔다. 30번 환자는 68세 여성으로 16일 오전 확진 사실이 공개된 29번 환자(82)의 부인이다.
보건당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들 부부가 어디서, 누구에게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는지다. 29, 30번 환자는 최근 중국 등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없는 데다 현재까지 역학조사 결과로는 다른 확진자와 접촉 사실도 파악되지 않았다. 기존 확진자와 연결 고리가 파악되지 않으면 이는 곧 본격적인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29, 30번 환자의 감염 경로에 대해) 몇 가지 가능성을 놓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감염원을 특정하지 못할 경우 지역사회 감염으로 판단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조만간 29, 30번 환자처럼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한 감염자가 속출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 지금처럼 유입 차단 전략을 지속하면서도 의료기관 감염사례를 최대한 막는 한편 환자의 조기 발견, 조기 진단, 그리고 치료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의 무분별 확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례정의(환자 판정) 기준을 이에 맞게 손질해 19일 발표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김강립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29, 30번 환자에 대한 판단 결과와 별개로 정부는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유행의 규모와 여파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적절한 방역관리대책”이라고 이날 말했다.
서울시는 한발 더 나아갔다. 김정일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29, 30번 환자가 서울 종로구에서 발생한 것을 두고 “제한적 지역확산이라는 용어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역사회 감염이 이미 들어섰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28번 확진환자인 중국인 여성(31)이 격리 해제됨에 따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퇴원한 환자는 모두 10명이 됐다. 확진환자들의 상태는 산소마스크를 사용하는 환자 한 명을 제외하면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중대본은 전했다.
보건당국은 중국을 다녀온 간병인들이 정부 지침대로 업무 배제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7, 18일 이틀간 전국 요양병원 전부(1,470여곳)를 조사한다. 18일부터는 전국 의료기관(65곳)이 참여해 독감ㆍ급성호흡기 감염증 발생을 포착하는 감시체계 대상에도 코로나19가 추가된다. 정부는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에 탑승하고 있는 한국인 14명에 대한 이송 방침은 굳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김 부본부장은 “구체적 이송 방식과 귀국 후 조치에 대해 정부 부처간 논의를 해야 한다”라며 “(귀국하면) 우한 교민 경우와 마찬가지로 14일 정도 보호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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