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종영한 tvN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중 리정혁(현빈)과 윤세라(손예진)의 첫 만남. 남한의 사업가 윤세라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북한 땅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tvN 제공

16일 끝난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니가 왜 혼자야, 우리가 있는데! 우리는 니 얘기를 들어 줄 수도, 함께 울어 줄 수도, 이 기막힌 시간을 함께 버텨 줄 수도 있어!” 윤세리(손예진)도, 리정혁(현빈)도 아닌 북한 여성 사업가 고명은(영화 ‘기생충’에서 충숙 역의 장혜진)이 한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로 떠나보낸 딸에게 한 위로다. 이 대사가 인상적인 이유는 정치의 본질을 생각나게 해서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마지막 지푸라기, 그게 정치의 이상이니까.

□ 사회적 희망을 만들어야 할 그 최소한의 장치가 ‘내 편’만을 위한 거라면? 내 편의 말에만 귀 기울이고, 내 편 눈물만 닦아주며, 내 편 고통에만 관심이 있다면? 그건 정치의 왜곡이요, 진영 논리에 갇힌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여당 행태가 그렇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문구가 들어간 신문 칼럼을 쓴 교수를 고발했다가 취하하면서, 그가 ‘안철수 싱크탱크’에 몸담았기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남의 편이라는 의구심이 들어 재갈을 물리려던 것 아닌가.

□ 공천 심사 과정에선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을 돌연 추가 공모 지역으로 정했다. 성추행 의혹에도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뒤늦게 출마 부적격 판정을 한 뒤 내린 결정이다. 금 의원은 ‘조국 사태’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입법 과정에서 당 주류와 다른 소신 행보를 해왔다. 공관위 결정이 ‘확실한 내 편 아니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다’ 혹은 ‘내 편인지 확실치 않으니 다른 공천 후보도 찾아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이유다.

□ ‘내 편 정치’는,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어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정부의 소명을 ‘촛불정신’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고는 “마음의 빚을 크게 졌다”고 애처로워했다. 철저히 내 편을 향한 발언이다. 대선 전이라면 몰라도 취임 이후엔 모두의 지도자가 돼야 하는 게 대통령이다. 내 편 정치는 분열을 먹고 큰다. 상대 지지층이 ‘당신들이 당선되지 않게 차악이라도 찍겠다’는 증오의 선택을 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정치의 불시착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낭만적 귀결이 가능하지만, 정치가 불시착하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김지은 논설위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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