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중단 땐 응시 자체가 불가능
일부 병원선 “마스크 각자 준비를”
3월 시험에 한해 합격 후 실습 허용
9월 응시자 대책은 논의 미뤄
서울의 한 특성화고 간호과 2학년 A(18)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시내 한 중형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그가 병원에서 맡은 일은 주로 방문환자 접수와 안내. 하루 수 십 명의 환자들을 접촉하지만 A양을 보호하는 건 직접 준비한 마스크 한 장뿐이다.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병원의 조치는 약 10분간의 안전수칙 교육이 전부였다고 한다. A양은 “감염 예방은 실습생이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라 학생으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느낌”이라며 불안해했다.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이 진행되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현장실습 대상자 2,777명 중 약 52%에 달하는 1,449명의 학생들이 실습을 하는 중이다. 이중 257명은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 배정됐다. 교육부가 이달 초 학교장 재량에 따라 ‘선별진료소 등 감염병 관리에 민감한 시설의 실습은 중단’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절반을 웃도는 학생들이 실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실습을 선뜻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때문이다. 시험을 보려면 방학을 이용해 780시간의 현장실습을 해야 하는데, 권고대로 실습을 그만둘 경우 당장 3월에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9월 시험 응시생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시험을 앞둔 3학년 여름에 학과공부와 수시모집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데, 2학년 겨울방학 때 미리 실습을 마치지 못하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병원의 결정으로 실습이 중단된 학생들은 적게는 30시간에서 많게는 100시간 가량을 보충할 방안을 스스로 찾아야 할 처지다.
실습 중단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모(48)씨의 딸(18)이 실습하고 있는 서울의 한 병원은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습생들에게 지급을 중단했다. 학교에서 급히 마스크를 챙겨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이씨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그는 “마음 같아선 그만두게 하고 싶어도 사정을 아니까 선뜻 강요할 수도 없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의 사고를 예방한다면서 신종 코로나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대책은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3월 시험에 한해 일시적으로 합격 후 실습을 이수하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9월 응시자에 대해서는 논의를 미뤘다. 전체 실습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면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이어 신종 코로나까지 감염병 유행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안전한 실습환경을 확보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희영 대한특성화고간호교육협회 이사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만이라도 대학처럼 현장실습의 일부를 랩(실험실)실습으로 대체하게 하는 등 유연한 규정을 만들어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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