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박재은 인터브리드 대표

상점에 진열된 상품들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만든 커다란 진열창(쇼윈도)은 풀기 힘든 과제를 안고 있다. 포스터 등 상점 홍보물을 잔뜩 붙이다 보니 정작 진열 상품이 보이지 않는 문제다. 그렇다고 홍보물을 붙이지 않으면 할인 행사 등을 알릴 방법이 없다.

통합 미디어 서비스업체를 표방한 신생(스타트업) 기업 인터브리드의 박재은 대표는 이 같은 ‘쇼윈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스마트 필름을 이용한 스마트 미디어 솔루션 ‘튠’을 선보였다. 스마트 필름은 유리 위에 덧붙여 투명과 불투명 상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특수 장치다. “스마트 필름을 진열창에 붙이면 평소에 투명한 유리로 사용하다가 할인 행사 등 사람들에게 알릴 일이 있으면 불투명 상태로 전환해 여기에 빔 프로젝터로 영상이나 사진 등을 투사할 수 있습니다. 광고나 뮤직비디오 등 동영상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포스터를 붙이는 것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끌 수 있죠.”

[저작권 한국일보]박재은 인터브리드 대표가 투명유리로 전환되는 스마트 미디어 솔루션 '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앱으로 쇼윈도의 투명, 불투명 전환해 영상 원격 재생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투명과 불투명 상태를 전환할 수 있는 조종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고 특정 시간에 작동하도록 예약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퇴근할 때 켜놓으면 진열창 전체가 정보를 알리는 디스플레이로 바뀝니다.”

원격조종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나 리모콘을 이용하면 된다. 따라서 휴가나 출장을 가서도 스마트 필름의 표시 내용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진열창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영상 재생을 위해 진열창에 광고용 화면표시장치(디지털 사이니지)나 대형 TV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튠은 가로 2.2미터, 세로 1.2미터의 100인치 크기로 설치할 경우 비용이 600만원 정도 들어요. 같은 크기의 발광다이오드 화면(LED)을 사용하면 2,000만원 이상 필요하죠. 다만 80인치 이하에서는 TV가 비용이 적게 듭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경기 파주의 출판문화단지 내 복합문화공간인 지혜의 숲, 서울 인사동과 강남의 유명 상점 등 50여군데 매장이 속속 튠을 도입했다. 지난 3일 파주 지혜의 숲에 설치된 튠은 화면 크기가 445인치로 9미터에 이른다. “파주 지혜의 숲에 설치된 튠은 빔 프로젝터 6대로 영상을 투사해 한 면 전체가 거대한 화면으로 변합니다.”

박 대표는 투명과 불투명 상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튠의 특성 때문에 지하철 역 안전문 등에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안전문 근처에 광고판을 설치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올해 안전문 근처 광고판을 모두 떼어낼 계획입니다. 튠은 안전문에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죠.”

◇아이돌 그룹 노래 만든 작곡가 출신

2018년 인터브리드를 창업한 박 대표는 미국의 버클리 음대를 나온 음악가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해 고교 시절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며 교내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에서 남의 노래만 연주하다 보니 내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부모의 뜻을 쫓아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다시 버클리 음대에 유학을 가서 작곡을 공부하고 대학의 실용음악과 교수 겸 작곡가로 10년 동안 활동했다. 지금까지 그는 1,000곡 이상을 작곡했다. “SES, H.O.T, 핑클 등 유명 아이돌그룹 노래부터 드라마, 게임음악까지 다양하게 작곡했습니다. 어떤 곡들인지는 굳이 밝히고 싶지 않네요.”

박 대표가 사업을 하게 된 것은 악기회사로 유명한 일본 야마하 때문이다. “야마하에서 건반악기 시연 연주자로 1년간 활동했는데 그때 교회의 아마추어 연주자를 대상으로 행사를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국내 악기 수요 가운데 80%를 교회가 차지했어요. 교회에서 찬송가 연주용으로 많이 구입했죠.”

그의 제안으로 행사에 많은 교회 사람들이 몰리며 야마하의 건반 악기 매출이 몇 배로 뛰었다. 이를 눈여겨 본 야마하에서 아예 영입 제의를 했고, 이를 받아들인 박 대표는 5년간 야마하의 마케팅 담당자로 일했다. “음악이 아닌 새로운 일을 해보니 재미있었죠. 그때 야마하에서 많이 배우며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대표는 야마하를 나와 2009년 창업에 도전했다. 2017년까지 엔터테인먼트, 인재개발, 미디어 회사 등 3번 창업을 했다. 이후 인연을 맺은 곳이 스마트필름(PDLC) 제조업체였다. “PDLC 제조사에서 영업본부장을 했습니다. 실내장식 등에 주로 쓰인 PDLC는 기능이 좋았으나 가격이 비싸 시장이 크지 않았죠. 여기에 30개 이상의 중국업체들이 싼 가격을 내세워 한국에 진출해 국내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때 박 대표가 어려움을 뚫기 위해 스마트필름을 지금의 ‘튠’처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나 제조사에서는 분야가 다르다며 거절했다. “고민 끝에 직접 해보려고 2018년 3월에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창업 후 제품 개발에 1년이 걸렸다. “몇 달에 걸쳐 혼자 연구하며 고생하다가 전문가들을 만나 영입했고 지난해 5월 제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브리드가 스마트 미디어 솔루션 '튠'을 적용해 건물을 가상으로 꾸며 본 모습. 인터브리드 제공

◇베트남 법인 설립, 해외 진출 본격화

현재 인터브리드는 스마트필름 전문 연구팀과 소프트웨어 개발팀 등 2개의 연구개발팀이 있다. 박 대표는 이들과 함께 최근 이용자 추적이 가능한 새로운 광고형 사업 방식을 개발했다. “매장의 진열창을 빌려서 튠을 설치한 뒤 여기에 기업 광고를 유치하는 방식입니다.”

세종시의 세종터미널, 서울 고덕동 등에 최근 설치된 광고형 사업 방식의 튠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튠을 보고 매장을 찾았는 지 추적하는 감지기가 달려 있다. “추적 결과가 일목요연하게 표시돼 광고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광고형 튠을 적극 확대할 계획입니다.”

인터브리드는 독특한 사업 방식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총 3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한양대 기술지주회사에서 종자돈을 투자 받았고 지난해 9월 중기벤처부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업체에 선정됐습니다.”

지금도 박 대표는 수시로 투자제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창업 첫 해인 2018년보다 5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매출을 10배 이상 키울 겁니다. 창업한 지 2년된 회사가 매출이 계속 늘어나니 투자사들이 관심을 갖는 모양입니다. 벌써 50군데 이상의 투자사들이 추가 투자 문의를 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박 대표는 올해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할 방침이다. “유튜브에 튠 소개 영상을 올렸더니 동남아, 중동 등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베트남 사업을 본격화 할 계획입니다. 다른 동남아 지역에도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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