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등 4000톤 보관…영업정지 처분 이틀 만에 ‘불’
경북 경주시 강동면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난 불이 4일째인 17일에도 꺼지지 않는 원인은 수년간 보관한 다량의 불법 쓰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17일 경찰과 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12분쯤 경주시 강동면 다산리 폐기물처리업체인 H사의 대형창고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헬기와 인근 포항 남ㆍ북부소방서 장비, 인력 150여명을 투입했지만 창고에 있는 폐기물이 많아 4일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을 끄는 과정에 악취와 함께 폐수까지 흘러 나오고 있어 경주시가 긴급 수거 차량을 투입해 하루 24톤씩 처리 중이다. 또 불이 인근 산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산불전문진화대 19명도 배치했다.
경주시는 H업체가 비닐과 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 4,000톤을 보관한 것으로 파악했다. H사는 폐기물을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않아 지난 2018년 말부터 경주시로부터 여러 차례 처분 명령을 받았다.
이 업체는 경주시 양남면 효동리 한 부지에도 쓰레기 2,600여톤을 쌓아 둔 사실이 적발돼 지난달 13일 ‘조치명령’ 처분이 내려졌다. 더구나 계속된 경주시의 명령에도 폐기물을 치우지 않아 지난 12일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말부터 행정 명령 처분을 내렸고 형사고발까지 했지만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상습적으로 폐기물을 적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불이 난 창고의 부지와 건물 소유자는 과거 시멘트 등을 제조하던 D사다. D사 관계자는 “회사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직원 몇 명과 다급히 경주로 왔다”며 “정상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한다고 해 H사에 빌려줬지만 장기간 임대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폐기물처리업체 창고에서 난 불로 건물 3개동 가운데 1개동(면적 1,000㎡)이 전부 탔고, 다른 1개동(면적 1,000㎡)으로 옮겨 붙은 상태다. 소방당국은 굴착기 5대를 동원해 창고를 부수거나 폐기물 더미를 파헤치며 물을 뿌리고 있다. 17일 경주지역은 초속 8m의 강풍이 불고 있다. 불씨가 폐비닐 등에 옮겨 붙으며 타고 있어 완전 진화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주=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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