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1일 오전 9시30분, 영국 햄프셔주 포츠머스시 밀턴 공동묘지에서 제임스 매코널(James McConnell)이란 이름의, 이름 없는 해병 퇴역 군인의 장례식이 열렸다. 말년을 요양소에서 지내며 만 70년을 살다간 그에겐 가족도 친척도 없었고, 요양소에 머문 날도 얼마 되지 않아 지역 사회복지국이 파악한 그에 대한 정보도, 그가 영국 해병(Royal Marines)으로 복무한 사실 외엔 거의 없었다. 사회복지국은 그의 장례미사를 교구의 밥 메이슨(Bob Mason) 목사에게 의뢰했다.
메이슨 목사는 2월 1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강의 사연을 짧게 소개한 뒤 이렇게 썼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요즘 같은 시대에도 누구 하나 애도해주는 사람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일은 무척 비참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분은 우리 가족이었고, 보다 합당한 예우를 갖춰 작별해야 한다는 데 여러분 모두 동의하시리라 믿습니다. 옛 전우에게 경의와 애도를 표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부디 참석해주십시오.”
그의 메시지가 영국 해병 재향군인회 격인 왕립해병군단(RMC) 홈페이지에 소개되면서 회원 등을 중심으로 꽤 알려졌고, 과연 그의 장례식이 어떻게 치러질지 일부 영국 언론과 시민들도 관심을 쏟았다.
장례식 당일 매서운 추위 속에 200여명의 늙은 군인들이 정장 코트를 입고, 일부는 청록색 베레모의 군복 차림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묘지에 모였다.(사진은 여기) RMC는 해병 깃발을 든 베테랑 기수단과 의전 악대를 파견했다. 옛 전우의 관을 든 것도 물론 늙은 군인들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인 한 해병 베테랑은 iTV 인터뷰에서 “고인에게 가족이 없었다는 메이슨 목사의 전언은 틀렸다”고 “군인의 가족은 무척 많으며, 시민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서로를 아낀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우리 모두가 한 가족이며, 영원히 그러할 것”이라고 적은 쪽지를 고인의 무덤가에 남기기도 했다.
매코널의 장례식은 그렇게, 베테랑 군인들이 언제 어디에 군복을 입고 설 때 자신들의 목숨 걸고 추구한 가치와 명예가 가장 빛나는지 일깨워 주었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