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판제막식 통해 엑스포측 유가족과 12년 송사 마무리
세계적인 건축가 고 유동룡(1937~2011, 예명 이타미 준) 선생이 경주타워의 디자인 저작권자로 공식 선포됐다. 고인과 유가족이 경주엑스포 측과 다자인 표절과 관련해 법정공방을 벌인지 12년만이다.
문화엑스포(이사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7일 경주엑스포 공원에서 경주타워의 원(原) 디자인 저작권자가 유동룡 선생임을 선포하는 현판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경주타워의 디자인 저작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유동룡 선생이 저작권자임을 대내외에 알려 고인의 명예를 회복함과 동시에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문화엑스포는 문화예술인의 저작권 보호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지적재산을 침해하는 일을 자행해 매우 유감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며 “경주타워가 그동안 경주를 상징하는 현대적인 랜드마크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황룡사 9층 목탑의 형상을 음각으로 만든 뛰어난 설계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동룡 선생의 장녀 유이화 ITM건축사무소장은 “1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소송이 힘들고 쉽지 않았지만 오늘 현판식을 통해 좋은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쁘다”며 “쉽지 않은 선택을 해준 이철우지사와 경주엑스포에 감사하고 경주타워가 앞으로 아버님의 건축철학을 대표하는 건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타워와 관련한 저작권 소송은 지난 2004년 디자인 공모를 통해 2007년 완공된 경주타워의 모습이 공모전에 출품한 유동룡 선생의 디자인과 흡사하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같은해 연말 시작됐다.
2011년 7월 대법원이 경주타워의 디자인 저작권이 유동룡 선생에게 있다고 확정판결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안타깝게도 유동룡 선생은 승소판결이 나기 한 달 전인 2011년 6월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어진 성명표시 소송 역시 법원이 유동룡 선생 측의 손을 들어 줬다.
이번 행사는 건축물의 원 다자인 저작권자를 명시해 선포하는 최초의 현판식이다. 또 이 지사의 과감한 결단으로 10여년간 이어져온 송사를 끝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철우 지사는 이번 선포를 통해 건축계와 사회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표절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상생을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한편 경주엑스포공원측은 유동룡 선생을 추모히는 마음을 담아 타계 10주기를 맞는 내년에 특별 헌정 미술전을 열 계획이다. 유동룡 선생은 건축가로는 최초로 2003년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건축가이면서 화가로도 알려져 있다.
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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