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사정 때문에 모든 공판 절차 연기해야 하냐”
결국 한국당 의견 받아들여 4월 28일 공판준비기일 확정
한국당 “정당한 행위였다” 혐의 부인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첫 재판에서 다음 재판을 총선 이후에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이라고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결국 한국당 측 요구를 받아들여 다음 재판은 총선 이후에 열리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환승)는 17일 오전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나경원ㆍ강효상ㆍ김명연ㆍ민경욱 등 한국당 의원 24명과 보좌관 3명 등 총 27명은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국회 회의가 열리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ㆍ국회법 위반 등)로 지난달 3일 기소됐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 피고인, 재판부가 공소사실과 관련한 쟁점을 정리하는 자리인 만큼 이날 피고인인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한국당 측은 이날 정당행위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국당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등의 불법 사보임(사임·보임)으로 인해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정당행위를 한 것”이라며 "사건 쟁점에 관해서는 지난 13일부터 헌법재판소에서 사법 심판을 벌이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선 다음 공판준비기일 시기를 두고 한국당 측과 검찰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당 측 변호인은 “6테라바이트에 달하는 (검찰의) 증거 영상 자료를 검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피고인들과 (증거 관련) 논의가 필요한데 선거 전에는 그럴 시간이 없다”며 다음 재판을 4월 총선 이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 대부분이 현직 국회의원이고 차기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21대 국회가 조기에 정상화하려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환승 부장판사도 “국회의원이라고 특권을 가질 수는 없다”, “피고인을 위해, 피고인이 바쁘단 사정 때문에 모든 재판 절차를 연기해야 하냐”고 묻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당 측이 “검찰이 정리한 대로만 증거를 검토할 경우 검찰이 의도한 프레임대로 따라가게 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만 최대 100여명인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자 결국 재판부는 한국당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총선 이후인 오는 4월 28일로 잡혔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측도 지난 12일 열린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폭력 행위로 볼 여지가 있는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는 의정 활동 중에 발생한 정당한 행위로 면책특권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2차 공판도 총선 뒤인 5월 6일 열린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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