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지난 6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재판 무죄 판결 관련 연설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100명이 넘는 미 법무부 전직 관리들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구형 축소 시도로 법무부의 독립성과 법치주의를 훼손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전직 관리들은 온라인 공개 서한을 통해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에서 근무했던 우리 개개인은 공정한 법 집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바 장관의 개입을 강하게 규탄한다”면서 “바 장관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법무부의 수장이 대통령의 측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법과 원칙을 따르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뒤집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옛 참모인 로저 스톤의 재판에서 대통령 요구에 떠밀려 검사 구형 형량을 뒤집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지난 10일 검찰이 스톤에게 징역 7~9년을 구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에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하다”고 맹비난했다. 트윗 직후 법무부는 구형량을 낮추기 위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반발해 담당 검사 4명은 전원 사임했다.

서한은 이러한 행동이 공정한 법 집행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누구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는 이유로 형사 기소에서 특별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며 “법 집행의 강력한 힘을 사용해 적을 처벌하고 동지에게 보상하는 정부는 입헌 공화국이 아닌 독재국가”라고 꼬집었다.

안팎에서 비난에 직면한 바 장관이 지난 13일 미 ABC방송 인터뷰를 통해 “법무부와 법무부 사람들, 처리 중인 사건, 판사들에 대한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트윗은 일을 못하게 한다”고 작심 발언한 것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전직 관리들은 “법무부의 법 집행이 정치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인정한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바 장관의 말보다 대통령의 개인적 요청을 실행하는 그의 행동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자신들의 요구에도 바 장관이 사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비 당파적, 비 정치적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현직 관리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도 강조했다. 구형량 축소 시도에 반발, 사직한 검사들처럼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향후 권한 남용이 있을 경우 법무부 감찰관이나 의회 등에 보고하라고 당부했다. 또 직무 선서와 일치하지 않는 지시는 거부하고, 위법 행위와 관련된 사건에는 손을 떼며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보고하고 사직하라고 조언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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