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중국 내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중국 학자에 의해 제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글로벌 학술 사이트에 발표된 이 논문은 그러나 이미 삭제된 상태다.
16일 홍콩 명보와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화난이공대 샤오보타오(肖波濤) 교수는 지난 6일 글로벌 학술 사이트 ‘리서치 게이트’ 게재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의 실험실 유출 가능성과 함께 발병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2곳을 지목했다. 샤오 교수는 실험실 유출 의혹의 근거로 신종 코로나의 천연 숙주인 쥐터우박쥐가 우한에서 900㎞나 떨어진 윈난ㆍ저장성 등지에 서식하며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 점, 화난수산시장에서 쥐터우박쥐를 팔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가 박쥐에서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다거나 그 시작이 우한 화난수산시장이라는 그간의 추론을 뒤집는 주장이다.
신종 코로나 유출 의혹과 관련해 샤오 교수가 더 무게를 두는 곳은 우한 CDC다. 초반에 신종 코로나가 대거 검출된 화난수산시장에서 불과 280m 거리인데다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실험용 박쥐를 대거 포획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2017년엔 후베이ㆍ저장성 등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바이러스를 보유한 ‘중화 쥐터우박쥐’를 포함해 600여마리의 박쥐를 잡았고, 당시 근무 중 박쥐의 공격을 받았다는 연구원의 증언도 공개된 바 있다. 우한 CDC가 박쥐의 세포조직을 떼어내 DNA 배열 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쓰레기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됐을 것이란 게 샤오 교수의 주장이다.
화난수산시장에서 12㎞ 떨어진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이미 수 차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일각에서 박쥐 전문가인 스정리(石正麗) 연구원을 바이러스 유출 당사자로 지목하자 스 연구원은 “목숨을 걸고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실험실 유출 의혹을 뒷받침하는 듯한 정황도 잇따르고 있다. 이틀 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전면심화개혁위원회 회의에서 “생물 안전을 국가안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튿날엔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연구를 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의 과학기술부 지도의견이 발표됐다.
명보는 “현재 샤오 교수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해당 논문도 사이트에서 내려진 상태”라고 전한 뒤 “샤오 교수의 연구는 중국 국가자연과학기금의 찬조를 받은 결과물이어서 신종 코로나의 실험실 유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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