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영종도=홍인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는 국민께 제가 더 큰 박수를 쳐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드디어 돌아왔다. 16일 오후 6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봉 감독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을 응원하는 말로 귀국 소감을 대신했다. 오랜 해외 일정 탓에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은 여유롭고 편안했다. 공항 이용객들의 우렁찬 환호성과 박수,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봉 감독을 에워쌌다.

봉 감독은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많이 나와 주셔서 감사하고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때부터 이렇게 여러 차례 수고스럽게 해 드려서 죄송하다”며 “귀국해서 기쁘다”고 운을 뗐다.

봉 감독은 “미국에서 무척 긴 일정이었는데 홀가분하게 마무리돼서 기분이 좋다”면서 “이제 조용히 원래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입국한 봉준호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종도=홍인기 기자

봉 감독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앞둔 지난달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 46일 만에 금의환향했다. 그 기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과 영국 아카데미영화상 각본상ㆍ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까지 바쁘게 오갔다. 국경을 넘나드는 ‘수상 투어’는 오스카 4관왕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며 세계 영화사를 새로 썼다.

봉 감독은 “(입국장을 나설 때) 저에게 박수를 쳐 주셨는데, 오히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는 국민들께 제가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며 “저도 손을 열심히 씻으면서 코로나 극복 대열에 동참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봉 감독은 “19일에 ‘기생충’ 배우들과 스태프가 함께하는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돼 있다”며 “그때 아주 차근차근 자세하게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마지막 감사 인사를 전한 봉 감독은 집으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송강호와 이선균, 조여정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은 12일 먼저 귀국했다. ‘기생충’ 팀은 19일 기자회견에 이어서 20일 청와대 만찬에도 참석한다.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입국한 봉준호 감독을 수많은 공항 이용객들이 뜨거운 환호로 맞이했다. 영종도=홍인기 기자

아카데미 수상 이후 전 세계에서는 ‘기생충’ 신드롬이 일고 있다. ‘오스카 특수’로 박스오피스도 요동치고 있다. 15일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14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극장 수익 171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1일 미국 개봉 이후 일일 매출액 최고치다. 무려 127일 만이다.

밸런타인 데이에서 대통령의 날(2월 셋째 주 월요일)로 이어지는 연휴를 맞아 신작 영화 4편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이날 박스오피스 순위는 4위에서 9위로 내려갔지만, 매출액은 전날(464만달러) 대비 270%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개봉 당시 3개였던 극장도 아카데미 시상식 즈음 1,060개로 확대됐고, 이날은 2,001개까지 대폭 늘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액이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기생충’의 전 세계 극장 매출액은 1억7,042만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대략 2,016억934만원에 해당한다. 북미 지역 누적 매출액은 3,940만달러로, 미국에서 개봉한 비영어권 영화 가운데 역대 흥행 5위에 올라 섰다. 기존 5위였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3,760만달러)를 제친 기록이다.

‘기생충’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도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다. 아카데미 수상을 기념해 재개봉한 ‘기생충’은 15일 하루 동안 3만4,774명(영화진흥위원회)을 불러 모으며 일일 흥행 순위 4위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6일간 ‘기생충’을 관람한 관객수만 9만6,536명에 달한다.

영종도=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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