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은 신한금융투자와 협의해 투자자에게 투자 부실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이후 사실을 은폐하고 상품을 계속 팔았기 때문에 라임 사태는 두 회사가 공동 정범인 사기 혐의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4일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인 라임 검사 착수 7개월 만에 내린 결론이다. 검사 결과를 보면 라임사태는 헤지펀드 업체가 규제의 허점을 최대한 이용해 고객 돈을 멋대로 관리하며 경영진의 배를 불린 전형적 사기다. 이를 감시해야 할 대형 금융회사들은 사기를 방조하면서 수익을 챙겼고, 감독 당국의 무능력이 더해지며 펀드 투자손실을 1조원까지 키웠다.
□ 라임은 고객 돈으로 국내 부동산 시행사나 캄보디아 리조트 사업은 물론, 미국 금융당국이 사기로 판단한 해외 무역금융 펀드 등 위험 사업에 투자해 손해를 봤다. 또 코스닥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기업사냥에 뒷돈을 대 시장을 교란하면서 라임 경영진은 수백억 원대를 횡령하고, 손실은 고객에게 떠넘겼다. 라임이 손댄 기업 40개의 시가 총액이 2조원 이상 사라졌는데, 이 손해 역시 대부분 해당 기업과 코스닥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 라임은 금융혁신을 명분으로 시행된 2015년 10월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여건 완화가 낳은 자식이다. 같은 해 설립된 라임은 ‘모자형 펀드’를 만들어 규제 완화의 틈을 파고들었다. 자펀드 투자자를 50인 미만으로 쪼개 공모형 펀드에 부과되는 규제를 피하면서 실제로는 한 펀드에 모아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이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4개의 라임 모펀드 아래에는 무려 173개의 자펀드가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대형 증권사들은 펀드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편법으로 커진 펀드 규모를 2배가량 더 늘려 줘 손실 규모를 키웠다. 그 와중에 증권사는 펀드 종료 시 자금을 우선 회수할 권한을 통해 자기 손해는 최소화했다.
□ 금융은 부를 향한 욕망과 이를 자제하는 능력인 신용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다. 그래서 금융과 규제는 떼어 놓을 수 없다. 라임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를 다시 강화하려 하자, 일각에서 ‘금융 혁신’이 질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하지만 그 혁신이 라임의 ‘사기’행각을 허용하는 것이라면 금융의 위기를 재촉할 뿐이다. 지속가능한 금융의 혁신은 신용을 키우고 정확히 측정하는 길을 찾는 고민에서 싹틀 것이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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