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을 이유로 수감자의 머리카락을 짧게 이발할 것을 강요하는 교도소의 관행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학교와 수감시설, 군대 등 두발 규정이 존재하는 기관과 시설에 지속해서 과도한 제한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권위는 최근 위생상 문제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감자의 자유의사에 반해 이발이 실시되는 일이 없도록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A교도소 소장에게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광고ㆍ사진업에 종사하는 B씨는 직업상 머리를 자르는 것이 곤란했으나 지난해 7월 교도소 수감 중 교도관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자르게 됐다며 가족을 통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씨는 “머리를 자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계속해 표현했으나 교도관이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도소 측은 B씨의 머리가 다른 수용자에게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위생상 이유로 이발을 권유했다. 교도소 측은 “B씨 측도 큰 반발이 없었다”고 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이를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침해라고 봤다. 인권위는 “교정시설의 특성상 수용자로 하여금 신체와 의료를 위생적이게 관리하도록 할 필요성은 공감된다”면서도 “과도하게 수용자의 외형에 대한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005년 ‘학생들의 두발 자유는 기본권’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뒤로 사회 곳곳에서 제한되고 있는 두발 자유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염색과 파마 등을 제한하는 인천 지역 중학교의 생활 규정에도 ‘학생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지역 교육감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교정시설 수감자의 두발 문제를 지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권위는 2011년에도 전남 지역 교도소에서 교도관이 수용자 의사에 반해 이발을 강요한 것을 인권침해 행위로 판단했다. 당시에도 인권위는 “교도관들이 수용자의 위생관리를 지도할 의무가 있지만 강제로 이발을 시킬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