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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1년 생존율 85%, 간이식보다 높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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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1년 생존율 85%, 간이식보다 높은데…”

입력
2020.02.18 05: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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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승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인터뷰]

뇌사자 심장 기증 줄어… 수술 평균 228일 대기

65세 이상은 2년에 한 번 X선ㆍ심전도 검사를

‘심장이식 전문가’인 신재승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뇌사자 심장 기증이 적어져 말기 심부전 환자가 제대로 심장이식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심장이식 전문가’인 신재승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뇌사자 심장 기증이 적어져 말기 심부전 환자가 제대로 심장이식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말기 심부전은 심장 근육이 망가져 회복하지 못하는 병이다. 환자가 90만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1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심장이식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심장을 뇌사자에게서만 기증받을 수 있기에 기증자 부족으로 심장이식 수술은 연간 170여건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심장이식을 대기하다 목숨을 잃는 말기 심부전 환자도 15%나 된다.

심장이식 전문가인 신재승(55)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신 교수는 “뇌사자 기증이 많지 않아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는 말기 심부전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며 “다른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는 장기 기증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 교수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총무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고령화 등으로 심부전 환자가 많아지는데.

“심장은 혈액을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를 조직에 공급하는 펌프다. 심장의 펌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심부전(心不全)’이라고 한다. 심하지 않을 때는 운동처럼 산소요구량이 많이 필요할 때 나타나지만 악화되면 가만히 있어도 증상이 나타난다. 심부전은 4기로 나뉘는데 1~3기는 약이나 시술로 증세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한다. 하지만 4기인 말기 심부전이 됐다면 심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심장이식은 3개월 정도 지나면 거의 원래 크기로 재생되는 간과 달리 뇌사자 심장을 기증받아야 시행할 수 있다. 그런데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뇌사자 심장 기증이 적지 않게 줄어들면서 심장이식 대기시간이 228일로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심장이식을 대기하다 사망하는 환자가 생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심장이식 수술 건수가 176건으로 2017년 184건보다 4.4%가량 줄어들었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뇌사자의 심장 기증이 줄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심장이식을 대기하는 만성 심부전 환자가 2017년 577명에서 642명으로 11.3%가량 늘어났다.”

-심장이식은 까다로운 이식수술인데.

“외과수술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분야가 장기이식이다. 장기이식 가운데에서도 심장이식 수술은 매우 까다롭다. 게다가 심장 기증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무조건 심장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장이식을 받는 환자와 기증자의 혈액형이 같고 체형도 비슷해야 하는 등 이식받는 환자와 기증자의 몸 상태를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심장이식을 하기로 했다고 해도 무조건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기증 당일에도 심장 상태가 나빠져 적출과정에서 이식 수술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4~5시간 정도 걸리는데 심장이식 수술 후 환자가 곧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장이식 수술 후 환자는 4주 정도 면역억제치료와 감염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그다음에 물리치료와 함께 앉고 일어서고 걷는 연습을 하고, 이를 마치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심장이식 수술 후 6개월 동안은 감염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등 개인 위생에 철저히 해야 한다. 음식도 절대 생으로 먹지 말고 꼭 끓여 먹어야 한다. 하지만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로 잦은 외출과 대인 접촉 등 외부 활동을 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환자도 있어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특히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심장이식 수술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수술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이 심장이식 후 생존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심장이식 수술 후 1년 생존율은 85.75%로 췌장이식(96.32%), 콩팥이식(95.15%)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심장이식 수술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심장이식 1년 생존율이 폐이식(61.8%)이나 간이식(77.89%)보다 좋다. 심장이식 수술비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심장이식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공 심장’ 역할이 커졌는데.

“심장이식 대기 시간이 228일로 길어지면서 상당수 말기 심부전 환자가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공 심장’으로 불리는 ‘이식형 심실 보조장치(VAD)’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최신 이식형 VAD는 지름이 8㎝가량으로 심장에 이식하면 피를 내뿜는 좌심실 기능을 돕는다.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기계 값만 650만원 정도). 또한 인공 심폐장치인 ‘에크모(ECMOㆍ체외 좌심실 보조장치)’를 이용한 치료를 하다가 심장이식을 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에크모를 장시간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없도록 만든 것이 인공 심장이다.”

-말기 심부전을 미리 알아내려면.

“심부전은 노화ㆍ심근경색 등과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심장 기능을 못하는 상태다. 특히 숨이 차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진 말기 심부전을 앓으면 30%가량이 2년 이내 사망할 정도로 고령사회의 복병이 됐다. 따라서 65세가 넘었다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X선ㆍ심전도 검사를 2년에 한 번 정도 받기를 권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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