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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명 확진 日크루즈선 “불안과 권태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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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명 확진 日크루즈선 “불안과 권태가 퍼졌다”

입력
2020.02.15 15:00
수정
2020.02.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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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해 일본 요코하마 항에 발이 묶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한 승객이 14일 마스크를 쓴 채 객실 발코니에 나와 있다. 요코하마=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해 일본 요코하마 항에 발이 묶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한 승객이 14일 마스크를 쓴 채 객실 발코니에 나와 있다. 요코하마=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외딴 섬처럼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확진자는 285명. 2주가 거의 다 되도록 배 안에 ‘감금’ 중인 승객과 승무원 3,700여명은 불안, 권태와 사투를 벌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선실에 격리 중인 승객들과는 다르게 공동생활을 하는 승무원들의 무더기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크다.

15일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발생한 감염 환자 중 11명이 중증 상태이며, 15일 오후 6시 기준 전체 크루즈선 탑승자 3,711명 중 총 28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체 승선자의 약 7.6% 정도다.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확진자를 이송했던 소방대원 1명의 감염도 전날 확인됐다. 이 크루즈선의 정해진 격리 기간은 오는 19일까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출해 일본 요코하마항에 발이 묶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들이 7일 선상 데크를 걸으며 산책을 하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출해 일본 요코하마항에 발이 묶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들이 7일 선상 데크를 걸으며 산책을 하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선상 감옥’이나 다름없는 크루즈선에 12일째 격리 중인 2,400여명의 승객들은 불안과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탑승객들 여럿과의 인터뷰가 담긴 기사에서 “불안과 권태가 (선내) 가장 흔한 증상”이라며 “배 밖으로 나갈 유일한 기회는 확진자 218명과 기타 중증 질환자들에게만 주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14일 오후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80살 이상 고령자 10여명에 한해 조기 하선을 허용했다.

승객들은 하루 세 끼 식사를 포함, 일상의 대부분을 선실 안에서 보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은 “마스크를 쓴 승무원들이 매일 1만1,000여개의 도시락과 간식을 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헌 침대 시트와 수건도 소각을 위해 수거된다. 그나마 하루 한 시간 정도 인원 제한을 두고 허용되는 ‘갑판 외출’만이 답답해하는 이들의 숨통을 터주고 있다. 크루즈 측은 지루해하는 승객을 위해 마술 공연이나, 퀴즈쇼 등 오락거리도 급히 제작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11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한 여성이 출항 시간을 쓴 천을 들고 있다. 갑판에 붙은 천에는 '의약품 부족' '뉴스 보도에 감사'라고 쓰여 있다. 요코하마=AP 뉴시스
11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한 여성이 출항 시간을 쓴 천을 들고 있다. 갑판에 붙은 천에는 '의약품 부족' '뉴스 보도에 감사'라고 쓰여 있다. 요코하마=AP 뉴시스

격리 자체로 인한 불편함도 있지만, 고령자 승객이 많은 탓에 의료문제도 빈발하고 있다. 만성질환 등을 위해 챙겨온 처방약이 다 떨어져 가거나, 신종 코로나는 아니나 급성질환이 발생해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경우 등이다. 호주 시드니 출신의 킴벌리 빈센트(73)는 WSJ에 배에 타고 있던 친구가 뇌졸중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나마 지금은 의료 인력이 확충돼 100명 이상의 의사, 약사, 간호사 등이 탑승 중이다.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이지만, 자신은 배에 발이 묶여 ‘이산가족’ 신세인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미국 오리건주 출신의 레베카 프레이저(35)는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현재 도쿄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다. 같이 여행 중이었던 남편 켄트(42)는 음성 판정을 받아 크루즈선에 남겨졌다. 부인과 재회할 날만 기다린다는 켄트는 WSJ에 “만일 (격리 조치가 연장돼) 19일을 넘어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한다면, 공황 상태에 빠질 것만 같다”라며 초조해했다.

6일 일본 요코하마 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집단 발생한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격리 기간 필요한 식품 등 물품 적재를 위해 정박해 있다. 요코하마=AP 연합뉴스
6일 일본 요코하마 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집단 발생한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격리 기간 필요한 식품 등 물품 적재를 위해 정박해 있다. 요코하마=AP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은 승객들과 달리 통제되지 않은 환경 속에서 계속 근무를 해나가야 하다 보니 감염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동안 안전요원으로 근무해 온 인도 뭄바이 출신의 소닐리 타카르(24)는 CNN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정말 두렵고 긴장돼있다”면서 “승무원들은 같은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서로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우려했다. 뭄바이 출신의 한 웨이터도 WSJ에 최근까지 같이 일했던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배 전체가 서서히 양성 판정을 받고 있는 것만 같다”고 불안해했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을 출발해 가고시마, 홍콩, 나하에 들러 3일 요코하마항으로 귀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홍콩 정박 당시 배에서 내린 80세 홍콩 남성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이 지난 2일 확인됐다. 일본 당국은 우선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과 노약자를 중심으로 선별 검사 중이나, 검사 체제를 확충하는 대로 다른 승선자 전원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 감염자 수는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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