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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에 사과 대신 트집… 끝내 오만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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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에 사과 대신 트집… 끝내 오만한 민주당

입력
2020.02.15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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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칼럼 고발 취하하며 지도부 사과 없이 “임, 안철수 사람” 

 ‘#민주당만 빼고’ 되레 SNS 확산… 총선 앞 중도층 이반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설훈 최고위원, 박주민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설훈 최고위원, 박주민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초유의 ‘칼럼 고발’을 취하했다. 그러나 사태 수습 과정에서 칼럼 필자의 과거 이력을 문제 삼으며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고발을 취하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인 오만한 태도에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사과 없이 침묵했다. 이에 민주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씌웠던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 문구는 해시태그(#ㆍ검색용 꼬리표)를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이날로 21대 총선을 61일 앞두고 자초한 악재에 여권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이탈 조짐을 보이는 중도층 민심이 더 차갑게 식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칼럼 필자인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상대로 한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이 “우리 당을 떨어뜨리려는 선거 운동으로 보인다”며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실현하지 않는 만큼, 총선에서 민주당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칼럼 취지다.

한 최고위 참석자는 “칼럼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공당이 고발까지 하는 것은 과하니 취하하고 사과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하지만 뒤이어 열린 확대간부회의 등에서 공개 사과한 지도부는 아무도 없었다. 이해찬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 추진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이성을 찾기 바란다”고 질타했을뿐, 자기 반성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이어 민주당은 출입기자들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고발 취하 사실을 알렸다. 민주당은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의 정치 경력을 꼬투리 잡아 칼럼에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의 정당성’을 강변한 것이다. 임 교수가 참여한 ‘정책 네트워크 내일’은 원로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단체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주도한 장하성 주중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 때 참여했었다. 민주당 논리를 적용하면 장 대사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문자 메시지에 ‘안철수’를 적시한 것이 논란을 부르자, 민주당은 10여분 뒤 ‘특정 정치인’으로 수정해 다시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도 임 교수 흠집 내기에 가세했다. 임 교수가 1998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이력 등이 SNS에서 무차별 유포됐다. ‘민주’를 표방한 여당이 언론ㆍ표현의 자유를 탄압했다는 본질을 가리기 위한 물 타기 공세였다.

이에 임 교수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력을 공개하고 “예상은 했지만 벌써 신상이 털리고 있다”며 “(이력을 캐는) 수고 더시라고 올린다”고 대응했다. 또 본보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특히 “모든 것을 떠나 민주당은 지금 고발 철회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거친 대응에 SNS에는 종일 ‘민주당만빼고’ ‘나도고발하라’ 등의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였지만, 당 지도부는 내내 침묵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민심에 무딘 지도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의 고발 취소를 압박한 것도 선거를 뛰어야 하는 의원들이었다. 영남 맹주 4선 의원인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은 입장문을 내 “지금 이 건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대구는 지금 4년 전 선거보다 더 팍팍하며 젊은 중도층이 고개를 저으면 제가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 온 정당이자 집권당”이라며 “오랜 독재를 거친 우리 국민은 권력이 겸허와 관용의 미덕을 잃는 순간 금세 알아채고 노여워한다”고 했다.

재선의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도 페이스북에 “오만과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며 “어쩌다가 (당이) 이렇게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썼다. 이어 “민심은 민주당을 한국당과 비교하지 않는다. 민주당에게 온전하고 겸손하기를 원하는데 이를 모르는 지도부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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