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공적 조직 동원해 여론 형성 저해… 엄벌해야”
지난해 4월 보석 풀려난 뒤 재수감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은 집유 2년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여론 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65)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재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14일 징역 2년형을 선고하고 지난해 4월 허가한 보석(조건부 석방)을 취소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 지시로 정보경찰은 차명 아이디 등을 동원해 특정 이슈에 대해 조직적으로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댓글 활동을 했다”며 “직권남용죄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저해하고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와 기대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국가의 공적인 조직을 이용한 범행에 지출된 비용도 상당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한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경찰청 정보국 등의 경찰관 1,500여명을 동원해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글과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2018년 10월 구속기소됐다. 경찰은 당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구제역, 북한 김정일 사망, 반값등록금,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 여러 민감한 현안에 대해 온라인 여론 공작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고 직후 조 전 청장은 “많은 폭력시위가 공공 질서를 위협한 시국에 경찰이 극복을 해야 한다는 내 지시에 따라 대응을 한 것”이라며 “내가 유죄를 받으면서 부하들도 유죄를 받을 상황에 처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청장 지시를 따랐던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 전 차장은 부산경찰장이던 2011년 ‘부산 희망버스’ 시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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