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눈다운 눈을 거의 볼 수 없었다. 16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내린 눈발이 첫눈이나 다름없다. 날씨도 너무 따뜻해 사람들은 이상기온을 넘어 기상이변이라고들 했다. 실제 겨울 날씨 기록도 갈아치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1월 평균기온은 2.8℃로 기상청 관측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기온도 평균 1.6℃로 최고치에 달했다. 한강에는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얼음이 얼지 않았고, 눈의 고장 강원도에서도 눈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한 해 동안 준비해 온 겨울 축제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한다. 눈과 겨울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염원도 있다. 겨울이 따뜻하면 땅이 얼지 않아 땅속 해충들이 번식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따뜻한 날씨에 일찍 싹을 틔운 작물들은 가끔 찾아오는 꽃샘추위에 쉽게 냉해를 입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눈이 내리지 않으면 봄 가뭄도 걱정이다. 땅이 건조해지고 가뜩이나 바짝 마른 나무들로 산불 위험이 증가한다.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 대지를 적시고 저수지를 가득 채워 줘야 가뭄에 봄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마음이 든든해진다.
입춘도 지나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ㆍ19일)가 다가온다. 제대로 된 겨울의 낭만을 누리지도 못했는데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끝자락,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려 온 천하를 감싸 안아 준다면 가뭄 걱정에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농심도 하얀 눈처럼 밝아질 것이다.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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