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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전국 등수 궁금해서…” 사설시험장 찾는 초등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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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전국 등수 궁금해서…” 사설시험장 찾는 초등 학부모들

입력
2020.02.15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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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시험 없애자, 사설업체들 전국 시험 성적 백분율로 제공 

 “무한경쟁 의식ㆍ불안감 키우는 줄 세우기식 사설시험 규제해야” 지적도 

“초등학교 입학하고 7년 동안 시험을 안 보니까요.”

경기 광명의 학부모 고선영(가명ㆍ36)씨가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의 손을 잡고 A업체가 주최하는 사설시험장으로 향한 이유다. 그는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결국 시험을 보지 않느냐”며 “시험도 경험이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일 시험이 치러진 중학교 고사장은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부모들로 수능 시험장을 방불케 했다. 주변 도로는 일찌감치 차로 마비가 됐고, 학교 앞 카페에는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고씨는 “학교에서 시험을 안 보니 아이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당분간은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사설시험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개학한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쓴 채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개학한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쓴 채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과열 경쟁’ ‘사교육 부담’을 이유로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험이 사라진 이후, 이를 대신해 사설시험장을 찾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을 시작으로 경기ㆍ강원ㆍ전북ㆍ세종 등 전국 대다수 교육청은 초등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없앴다. 2013년에는 초등학교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도 폐지됐다. 초등학교 6년간 시험을 보지 않는 셈이다. 특히 올해부터 학생이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갖도록 ‘무시험’으로 운영하는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한 학기)가 1년간의 자유학년제로 전면 확대되면서 아이의 성적을 알고 싶어하는 부모들을 위한 사설시험의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유학년제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의 학생이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첫 성적표를 받아 보게 되기 때문이다.

A업체만 해도 지난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두 차례 치르는 수학 학력평가에 무려 12만명이 넘게 몰렸다. 3만원이라는 응시료는 별다른 장벽이 되지 못했다. 이 학력평가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응시자 수는 6만7,042명, 7만9,600명, 8만7,017명, 10만3,085명, 12만2,425명으로 해마다 급등하는 추세다. 스마트러닝 사업을 하는 B업체도 지난해 7월 초등학생 국어ㆍ수학 모의고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3~6학년 정회원을 대상으로 전용 단말기를 통해 시험을 치르는데, 첫 모의고사에 약 3만명이 응시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개학식 날,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개학식 날,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이런 초등학생 대상 사설시험 주최측은 학생이 전국 ‘몇 %’ 안에 들었는지, 시험 결과를 백분위로 표시한 성적표를 학부모에 제공한다. 아이의 상대적 위치를 알고 싶은 학부모 수요에 의한 것이다. 대전의 초3 학부모 이모(40)씨는 “학교에서 (쪽지시험, 단원평가 같은) 자잘한 시험들을 보긴 하는데 항상 90~100점으로 점수가 높게 나오고, 잘 한다고만 하니 믿기가 어렵다”며 “아이의 성적을 정확하게 알고 싶기 때문에 돈을 내고서라도 레벨테스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설시험이 과정 중심의 평가를 추구하는 현 교육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백분위와 같은 상대평가 지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무한경쟁 의식과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어 신중하게 제공돼야 한다”며 “정부가 학업 성취에 대한 경쟁을 과열시키는 ‘줄 세우기’식 사설시험과 홍보를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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