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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결혼… 가족의 절반이 한국인입니다” 헝가리 대사의 남다른 한국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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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결혼… 가족의 절반이 한국인입니다” 헝가리 대사의 남다른 한국 사랑

입력
2020.02.14 20:30
수정
2020.02.14 22: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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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초머 주한헝가리대사는 “한반도와 헝가리의 관계는 수교를 맺은 30년 전이 아니라 이미 19세기 말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주한헝가리대사관에서 만난 초머 대사. 서재훈 기자
모세 초머 주한헝가리대사는 “한반도와 헝가리의 관계는 수교를 맺은 30년 전이 아니라 이미 19세기 말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주한헝가리대사관에서 만난 초머 대사. 서재훈 기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한국어 연수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 수백명의 외국인 학생 중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대사가 된 사람이 저예요.”

최근 서울 용산구 주한헝가리대사관에서 만난 모세 초머(42) 대사의 한국 사랑은 남달라 보였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20여년 전 한국을 처음 찾았던 그는 그 후로 거의 매년 한국과 헝가리를 오갔다. 2018년 9월부터 헝가리 대사로 부임해 지난해에는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동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과 수교를 맺은 곳이 헝가리인 만큼 의미도 컸다. 그는 “정말 독립 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고, 30주년 기념으로 많은 성과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엔 구한말부터 시작된 한국과 헝가리와의 관계 120주년을 기념해 ‘한반도-헝가리 관계사 희귀사진집’도 펴냈다.

초머 대사의 원래 전공은 역사학ㆍ국제정치학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헝가리에는 한국 역사 관련 정보는 거의 없었다. 정보가 많은 중국ㆍ일본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헝가리와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강대국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는 지리적 조건”으로 심리적 동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초머 대사는 “헝가리도 1000년 동안 서쪽으론 합스부르크제국 동쪽으론 오스만 제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많은 침략을 받았다”면서 “당시 헝가리에는 한국학과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한국어를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머 대사는 2000년, 2004년, 2005년 연세대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2001년엔 헝가리의 가장 큰 학술행사인 전국학술학생회의(OTDK)에서 한반도 정세에 관한 논문으로 국제정치분야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2008년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에 헝가리 최초의 한국학과를 개설해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그의 한국어는 인터뷰 전체를 수월하게 진행할 만큼 유창하다.

초머 대사는 스스로를 “가족의 반은 한국인”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인 부인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초머 대사의 아들 셋은 모두 한국에서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외국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다닌다며 모두 자신보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했다.

초머 대사는 자신의 본국과 한국을 잇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과 부다페스트를 오가는 직항 비행기가 처음 생겼다. 초머 대사는 “기업 관계자와 주재원들이 쉽게 오갈 수 있어 경제적으로 이점이 있고, 예술가 등 풍부한 인적 교류로 문화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명동에 주한 헝가리 문화원이 문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부 장관이 방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문화원의 위치는 초머 대사가 직접 선정했다고 한다. 그는 “대사관에서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문화원은 특히 젊은 세대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원에서는 헝가리 음악회, 미술 전시, 헝가리 포도주 시음회 등 행사를 열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 유네스코 회관 8층에 문을 연 주한 헝가리 문화원 개원식. 2012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한국 문화원이 설립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 유네스코 회관 8층에 문을 연 주한 헝가리 문화원 개원식. 2012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한국 문화원이 설립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다페스트에는 2012년 한국문화원이 생겼지만, 초머 대사에 의하면 이미 그 전부터 헝가리 사람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2008년부터 헝가리 국립방송에서 ‘대장금’ ‘선덕여왕’ 등 한국 사극 드라마가 방영돼 헝가리인들은 케이팝(K-pop)뿐 아니라 한반도 역사까지도 관심이 많아졌다는 게 초머 대사의 설명이다.

주 북한 헝가리 대사도 겸하고 있는 초머 대사는 지속해서 ‘한반도’라는 단어를 썼다. ‘반은 한국인’인 초머 대사는 “지난해가 3ㆍ1운동 100주년이었는데, 남북한이 공동으로 축하하지 못해 아주 슬펐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한반도가 정치적으로 분단상태여도 한 문화권”이라면서 “정치ㆍ경제적 남북교류가 어렵더라도 공동의 정체성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문화 교류와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국과 헝가리의 교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초머 대사에 따르면 지난해 헝가리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가 한국이었다. 그는 “헝가리는 특별한 지하자원 없기 때문에 100년 동안 교육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왔고, 노벨상 수상자도 13명 배출했다”면서 “한국과 헝가리는 21세기 과학기술 공동 연구, 제품 공동 개발 등 협력할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머 대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자신이 2005년에 한국어로 번역한 책의 서문으로 대신했다. 헝가리 민속학자인 버라토시 베네데크가 1929년에 쓴 ‘코리아, 조용한 아침의 나라’다. 헝가리에서 최초로 나온 한국에 관한 책으로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글도 담겨 있다. “저자는 서문에 자신의 소원이 단 하나라고 썼어요. 헝가리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고요. 저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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