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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시작한 ‘기생충’,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서 흥행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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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시작한 ‘기생충’,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서 흥행 돌풍

입력
2020.02.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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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미국 아카데미 사싱식에서 작품상 등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지난 9일 미국 아카데미 사싱식에서 작품상 등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세계 각국에서 흥행 역주행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개봉 넉달째인데도 박스오피스 4위까지 급등하며 톱3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지난주 처음 개봉한 영국에서도 비영어권 영화 신기록을 세우며 박스오피스 1위를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개봉 전인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가 ‘기생충 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12일(현지시간) 미 전역 1,060개 상영관에서 66만1,099달러를 벌어들이며 ‘버즈 오브 프레이’ ‘배드 보이즈 포 라이프’ ‘1917’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던 9일 12위였던 이 영화는 수상 이튿날인 10일 4위로 껑충 뛰어오른 뒤 이틀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날인 10일보다 극장 수입이 31.9% 늘었고, 한 주 전보다는 192.7%가 증가했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후 이처럼 미국 내 극장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건 2011년 ‘킹스 스피치’ 이후 처음이다.

영화 '기생충'이 상영 중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CGV LA 극장. CGV 제공
영화 '기생충'이 상영 중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CGV LA 극장. CGV 제공

CJ CGV에 따르면 미국 내 상영관인 CGV LA의 ‘기생충’ 상영관은 11일 하루 좌석점유율이 80%까지 치솟았다. 미국 CGV LA의 스태프인 제러드 헤이건은 “한인이 아닌 관객이 이 곳에 한국영화를 보러 오는 일이 많지 않은데 ‘기생충’은 비한인 비율이 매우 높다”며 “아카데미 시상식 전 비한인 비율이 30% 정도였던 반면 수상 이후엔 40%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배급사 네온이 이번 주말 ‘기생충’ 상영관을 2배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박스오피스 순위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블루레이 등 가정용 플랫폼으로 넘어간 영화가 이처럼 상영관이 늘고 극장 수입이 급증하는 건 오스카 수상을 고려해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 반응이다. 미국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극장 수입을 올린 영화는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1억2,807만달러)’이다. ‘기생충’은 11일까지 3,669만달러를 벌어들여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생충’은 영국에서도 영국아카데미상 수상(외국어영화상, 각본상) 효과로 비영어 영화로는 드물게 개봉 첫 주 사흘간 극장 수입이 100만파운드를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미국처럼 이번 주말 상영관을 기존 136곳에서 430곳으로 크게 늘릴 계획이어서 박스오피스 순위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기생충’은 에딘버러의 영화관 필름하우스에서 비영어 영화의 개봉 첫 주 성적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고, 벨파스트의 영화관 QFT에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같은 규모의 비영어 영화 화제작에 비해 3, 4배 많은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영국에서도 지금까지 비영어권 국가의 영화로 최고 성적을 거둔 영화는 ‘와호장룡’으로 94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영국 내 배급사 커즌의 최고경영자(CEO) 필립 내치불은 “이 같은 상황에서 개봉하는 것은 모든 배급사들의 꿈일 것”이라며 “자막이 있는 영화로선 역대 개봉 신기록을 세웠고 우리 배급사의 영화 가운데서도, 또 영국 곳곳의 극장에서도 개봉 첫 주 신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12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11일 ‘오스카 효과’로 하루에 15만6,858유로를 벌어들이면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극장 수입은 256만유로에 이른다. 지난해 6월 개봉해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극장 수입(약 1,200만달러)을 올린 프랑스에선 12일 흑백 버전으로 다시 개봉한다.

'기생충' 프랑스 흑백 버전 개봉 포스터
'기생충' 프랑스 흑백 버전 개봉 포스터

‘기생충’은 일본에서 지난달 10일 개봉했는데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며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현지 누적 극장수입은 약 16억엔(17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개봉됐던 아시아 국가에선 재개봉 열풍이 뜨겁다. CJ ENM 베트남 법인은 17일 베트남 전역 60여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다시 상영한다. 한국 영화 재개봉은 베트남에서는 처음이다. 지난해 6월 처음 공개된 ‘기생충’은 역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터키와 인도네시아에선 시상식을 전후해 각각 7일과 11일 CGV 30개 안팎의 상영관에서 재개봉했다. CGV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선 11일 좌석점유율이 39%에 달할 정도로 높다”며 “재개봉을 포함하면 누적 관객은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이전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13일 봉 감독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살인의 추억’이 처음 개봉한다. 미국 배급사 네온도 ‘기생충’ 개봉에 이어 ‘살인의 추억’ 판권을 구입해 올해 극장 재개봉과 블루레이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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