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리사(왼쪽)와 김히어라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마리 퀴리’의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뮤지컬도 ‘걸크러시’ 열풍이다. 주인공이 단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여성이 주체적으로 여성의 사회 현실을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라서다.

지난해 초연됐던 ‘마리 퀴리’(3월 29일까지ㆍ충무아트센터)는 호평에 힘입어 1년여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제목이 말해 주듯, 1903년 여성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 마리 퀴리 이야기다. 여성이자 이민자로서 사회적 편견과 제약에 번번이 부딪혔지만 결코 굴하지 않았던 한 인간의 고뇌와 성장을 담아 낸다.

‘마리 퀴리’는 특히 ‘여성 연대’를 부각시킨다. 이 작품에서 마리 퀴리의 상대역은 남편이 아니라 여성이자 친구인 안느다. 마리는 자신이 발견한 라듐이 뿜어내는 방사능 때문에 공장 노동자들이 병에 걸려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안느와 힘을 합쳐 싸운다. 부당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분투하고 서로 연대하면서 삶을 완성해 가는 여성 캐릭터들을 무대에서 만난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진다.

‘마리 퀴리’ 제작진도 시대적 요구를 인식하고 있다. 김태형 연출은 “메시지를 담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아도 시대가 원하는 가치가 작품에 반영되기 마련”이라며 “우리에게 여성 서사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두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 역을 맡은 배우 리사는 “이렇게 진취적인 캐릭터는 그 동안 만나 보지 못했다”며 “힘겨운 시대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길을 찾아 가는 마리를 보면서 관객들이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리지’ 캐릭터 스틸. 쇼노트 제공

4월 막이 오르는 초연작 ‘리지’(4월 2일~ 6월 21일ㆍ드림아트센터)도 뮤지컬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이다. 여성 4인조인데, 심지어 ‘록 뮤지컬’이기까지 하다. 공연계에선 이런 구성 자체가 매우 드물다. 유리아ㆍ나하나, 김려원ㆍ홍서영, 최수진ㆍ제이민, 이영미ㆍ최현선 등 주인공 4명을 번갈아 연기할 더블 캐스트가 공개되자 팬심이 요동치고 있다.

작품은 1892년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리지 보든 살인사건’을 토대로 한다. 도끼로 아버지와 계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풀려난, 지금도 회자되는 미제 사건이다.

명성만큼이나 여러 차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는 주인공을 가부장적인 가정 환경 속에서 두려움에 떨었던 인물로 묘사했다.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고통받던 리지가 자신을 억압하는 현실에 도발적인 방식으로 저항한다”며 “직설적인 가사와 거친 록 밴드 사운드를 통해 파격적인 무대를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서사는 계속 이어진다. 하반기에는 서울시뮤지컬단이 창작 뮤지컬 ‘작은 아씨들’(11월 24일~12월 20일ㆍ세종문화회관)을 선보인다. 개성 강한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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