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한국인] “에코세대에 집이란? 재테크 수단이기보단 행복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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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한국인] “에코세대에 집이란? 재테크 수단이기보단 행복 공간”

입력
2020.0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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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활의 3가지 기본 요소가 의식주라지만 옷과 음식에 따른 삶의 편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어디서 사는지는 매우 큰 격차를 낳는다. 다른 소비재와는 달리 대체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정된 토지 위에,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부동산의 특성으로 인해 이 시장은 늘 소수의 공급자 위주로 흘러왔다. 정보 역시 매우 제한적이어서 소수 관계자만 공유할 뿐 일반 소비자들은 깜깜한 시장을 더듬거나 일부 중개업자들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7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추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부동산이 우리나라 국민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8.2%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택 시가 총액은 4,709조원으로 ‘국부’의 30.4%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더욱이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행복지수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 인구천명 당 주택 수(색이 짙을수록 주택 수↑), 자료:인구주택총조사, 통계청

주택 관련 얘기가 나오면 반드시 따라오는 숙제가 수도권 집중화 문제다. 새로운 택지개발과 주택보급사업을 통해 계속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이 부족한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인구 1,000명당 주택의 숫자를 보면 전남이 380호를 넘어설 때 서울은 300을 겨우 넘는다. 땅값의 차이도 크지만 수요가 많다 보니 실거래 가격도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2017년 11월을 100으로 기준 삼아 전국의 아파트. 연립, 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실거래가를 파악해 보면, 지방의 공동주택 거래가는 점차 하락하고 있는 반면, 수도권 집값은 2012년 하반기부터 다시 급속하게 오르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 인구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추가 수요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의 기반, 세대와 가구

과거와 달라진 상황도 보인다. 무엇보다 보수적인 부동산 분야에서도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려는 흐름이 본격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에 친숙한 ‘에코 세대(Echo Generation)의 부상’과 ‘1인 가구 급증’이 주요한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베이비부머 이후 1979~92년 태어난 에코 세대는 약 1,38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7%를 차지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비교적 풍족하게 자라고 민주화된 사회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주는 대로 먹고, 누울 곳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강한 이전 세대와는 가치와 지향이 다르다.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를 운영하는 앤스페이스에 따르면 에코 세대와 일부 겹치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들은 파티룸, 카페, 스터디룸, 노래방, 공유작업실 등 한 사람이 20~30개의 공간을 향유한다고 한다. 커피숍, 오락실 등 10곳 미만의 장소만을 오갔던 과거 세대와는 공간 사용에서 차이가 크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하고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모바일 혁명기에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검색과 가격 비교에 능숙하며 게시판과 콜센터에 불만을 제기하고 원하는 것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능동형 소비자이기도 하다.

주거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인 가구 구성의 변화도 미친 영향이 크다. 2045년이면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1인 가구는 주택과 관련한 변화의 근거이자 가장 큰 변수다. 4인을 기준으로 설계했던 모든 주거 공간 계획은 앞으로 1, 2인 위주로 재편될 것이다. 1인 가구는 4인 가구에 비해 조화보다는 개성이, 절충보다는 취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1인 가구 상당수는 에코 세대와 중첩된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적인 주거의 특성은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

20, 30대의 필수품 부동산 앱.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다른 분야보다 늦었다. 그만큼 무거운 시장이고 그만큼 공고한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공고한 시장에 새로운 기회와 여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 ‘프롭테크’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전통적인 로테크(low-tech) 분야인 부동산에 모바일,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접목해 시장을 혁신하려는 흐름이다. 최근 떠오르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부동산 앱(app)이다.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직방의 경우, 현재까지 앱을 다운로드한 이용자 수가 무려 2,800만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기준 경제 활동인구가 2,800만명이니 이용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이런 부동산 앱이 300개를 넘어서고 1인 평균 3, 4개를 다운받고 있어서, 누구든 기본적인 부동산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 50, 60대보다 자금력과 구매력이 낮은 젊은 층이 부동산 앱에서는 지배적인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부동산 거래가 나타나며 이들은 부동산 허위 과장 정보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개업소에 가서 허탕을 치거나, 여러 번 발품을 파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전 세대에 비해 이들 그룹은 불쾌한 경험을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기억을 쉽게 잊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갚아 준다. 그것이 게시판에 나쁜 평판을 올리는 것이든, 앱을 지우는 것이든, 소비자 신고를 하는 것이든 말이다.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주거 가치

<그림> 주택 구매 시 내적 고려 요인, 자료: 더리서치그룹, 2019 미래주택소비자인식조사

에코 세대와 1인 가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패션 외식 여행 쇼핑 등에서 사용하는 소비 패턴들을 하나둘씩 부동산 분야에 들여오고 있다. 그저 잠만 자는 공간 혹은 재테크 수단 정도로 인식해 온 과거 부동산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일상을 누리고,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 치솟는 집값과 어려워진 내 집 마련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겠지만 ‘구매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주목받는 분야가 ‘데코&인테리어 서비스’다. 더리서치그룹이 실시한 2019년 미래주택소비자인식조사 결과, 주택 구매 시 가장 중요한 내적 요인으로 40~60대는 ‘단지 배치와 향(向)’을 1순위로 꼽았지만 20, 30대는 인테리어를 으뜸으로 골랐다. 그다음으로는 빌트인 가구나 가전이 중요하다고 답해 1인 가구의 특징도 보여 준다. 이런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인 ‘집닥’의 2019년 누적 거래액은 2017년 600억원에서 3년만에 3,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앞으로 주거와 관련한 시장은 훨씬 더 큰 폭으로 변화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건물의 형태나 구조의 변화보다는 서비스와 콘텐츠가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입지나 하드웨어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힘을 못 쓰던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질수록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관심은 미시적인 생활 영역에서의 변화가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풀지 못했던 과제, 즉 수도권 집중화라는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로 확대된다. 과연 개성과 편의를 중시하고,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추구하며 자족하는 삶을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는 오랫동안 철옹성으로 꿈적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지향 인식과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관심을 기울일 만한 대목이다.

조인혜(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 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기획위원)

한국일보-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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