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검사 외 임상진단도 포함하자 전날보다 사망자도 2배 이상 늘어 
 시 주석, 후베이성·우한시 당 서기 경질해 들끓는 민심 달래기 
마스크를 쓴 중국 공안 요원이 12일 광저우역 광장을 지나면서 물웅덩이에 비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광저우=EPA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당서기를 13일 동시에 경질했다. 후베이성의 사망자가 전날보다 2배, 확진 환자는 9배 폭증해 불만이 커진 데 따른 민심 수습용 조치로 보인다.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 감염자 판단 기준을 갑자기 바꿔 혼란을 자초하면서 중국 정부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시진핑 최측근 ‘공안’ 전문가 전면에 

시 주석은 이날 후베이성의 ‘해결사’로 최측근 공안 베테랑을 전격 기용했다. 당서기에 발탁된 잉융(應勇) 상하이 시장은 시 주석이 2007년 3월 저장성 당서기에서 상하이 당서기로 자리를 옮길 때 데려갈 만큼 총애하는 인물이다. 정법대 법학 석사 출신으로, 말단 파출소 공안에서 시작해 감찰청장과 고급인민법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공안과 무장경찰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7년부터 상하이 시장을 맡아왔다.

반면 경질된 장차오량(蔣超良) 전 당서기는 금융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경제통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를 통해 현재 후베이성에 시급한 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감염병 확산으로 들끓는 민심을 조속히 수습하고 통제를 강화해 사회의 안정을 복구하는 것이라는 시 주석의 의지를 또렷하게 드러낸 셈이다. 우한시 당서기에 임명된 왕중린(王忠林) 지난 시장도 공안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갖췄다.

당서기는 공산당 영도체제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각 지역의 최고 실권자다. 때문에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로 지탄 받는 후베이성과 우한의 당서기를 모두 바꾼 것은 지방 책임자를 희생양 삼아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직접 향하지 않도록 적절히 긴장수위를 낮추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확산 이후 중국을 제외한 각국 언론은 “중국 공산당은 지방 관료들에게 잘못을 돌려 시 주석을 보위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지적해 왔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수도 베이징의 디탄 병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의 진료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동시에 시 주석도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앞서 3일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사태가 우리 통치체제와 능력의 큰 시험대”라고 밝힌바 있다. 더 이상 수세에 몰리기 보다 공세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그는 11일 후베이성 위생건강위 장진(張晋) 당서기와 류잉즈(劉英姿) 주임을 동시에 해임하면서 시 주석의 측근인 왕허성(王賀勝) 후베이성 상무위원이 두 자리를 겸직하도록 했다. 시 주석이 파견한 천이신(陳一新)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은 중앙 지도조 부조장을 맡아 우한 부시장 등 3명을 불러 질책했다.

 임상진단보다 느린 핵산검사 고집… 감염자 은폐 불러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오후 7시 현재) “전날 하루 동안 사망자가 242명 늘어 총 1,310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발표한 사망자 증가치 94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후베이성 확진자는 무려 1만4,840명 급증해 전날(1,638명)보다 9배 늘었다. 기존 흐름과 전혀 다른 폭증세다. 위생건강위는 “확진 판정 기준에 임상진단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후베이성 보건당국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핵산(바이러스의 껍질 안에 든 유전물질)’ 검사를 통해 확진 여부를 결정해 왔다. 환자가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고, 림프구가 감소하는 등 임상학적 소견에 따라 의사가 신속하게 감염자로 분류하려 해도 병원균 검출을 통한 핵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의심환자’로 간주됐다. 후베이성 당국이 신종 코로나 감염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해온 셈이다. 퉁차오후이(童朝暉) 베이징 차오양병원 부원장은 CCTV에 “일반적으로 폐렴 환자의 70~80%는 임상진단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가 병원으로 몰리면서 핵산 검사로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 주석이 10일 “후베이성이 신종 코로나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전지”라고 인민전쟁을 선포하자 우한시는 곧바로 집에 머물던 의심환자 1,499명을 모두 병원으로 이송해 격리 조치했다. 중국 신징바오는 “환자가 너무 많아 병원학적 검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샘플 채취와 보존,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임상진단으로 기준을 바꾼 건 신종 코로나 치사율을 낮추고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후베이성 사망자가 급증한 것도 마찬가지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숨진 경우 신종 코로나 사망자 집계에서 누락된 탓이다. 우한 의사 웨이펑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확진자가 아닌 경우에는 사망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 대신 당뇨 등 다른 질병을 적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통계를 조작하고 은폐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무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후베이성의 사망자 242명 가운데 임상진단으로 추가된 인원은 135명에 달했다. 기준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후베이성은 사망자를 절반 이하인 107명으로 줄여서 발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내 보건 당국과 의료계는 중국이 임상진단을 기준으로 확진자 범위를 확대한 것은 긍정 평가했지만, 현지 통계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 당국은 신규 확진자 1만4,840명 가운데 임상진단을 통해 새로 포함된 1만3,332명에 대해 검사를 완료했는지 중국 측에 정보 확인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핵산 검사를 거쳐 확진 판정이 나지 않았더라도 임상적으로 사례정의에 해당할 경우 환자로 분류한 점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중국이 의료진 감염자 수와 같은 중요 정보를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는데다 확진자 폭증에 대한 브리핑도 두루뭉술하게 해 자료를 곧이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후베이성 사망자가 하루 242명이 급증한 것과 관련, 한국 측은 “확진자 폭증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석연치 않은 고무줄 잣대는 처음이 아니다. 우한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달 18일 59명, 19일 77명씩 늘어나 주말을 거치면서 200명으로 3배 가량 급증한 전례가 있다. 당시 우리 외교 당국자는 “보건 당국이 새로운 조사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더 이상의 내용은 알려주지 않아 알 수 없다”고 중국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한편, 후베이성을 제외하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이날 중국 지역의 추가 확진자 수는 312명, 사망자 수는 12명으로 확인돼 9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누적 확진자는 5만9,804명, 사망자는 1,367명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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