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중교통 탈 때는 무조건 착용”
질본 “대중교통 운전기사만 착용 권고”
서울시는 질본 포스터 임의 수정해 배포하기도
건강한 사람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마스크를 꼭 써야 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궁금해 할 만한 이 질문에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서울시는 각각 다른 대답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지하철 역사 내부 등 서울 시내 곳곳에 붙인 신종 코로나 관련 ‘예방행동수칙’ 포스터에서 마스크 착용을 1번 과제로 제시하면서 ‘대중교통 이용과 공공장소 방문 시 필수’라고 부연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는 꼭 마스크를 쓰라는 뜻이다. 이어 손 씻기를 2번 과제, 기침 예절을 3번 과제로 각각 나열하고 있다.
이와 달리 질본이 공식 발표한 예방행동수칙은 마스크는 기침 등 호흡기증상자에 한해 쓰도록 권고한다. 건강한 사람은 밀폐된 장소에 가거나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를 접촉할 때를 제외하면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또 손 씻기가 마스크 착용보다 더 중요한 신종 코로나 예방 수칙이라는 게 질본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3일 한국일보 질의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최우선 순위 대상자는 (기침 등 호흡기)증상이 있으신 분들이고, 나머지는 밀폐된 공간이 아닌 곳에서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발표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권고 내용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와 의협은 12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한 마스크 권고사항에서 대중교통에서는 운전 기사만 마스크 착용 권고 대상에 넣었다. 승객은 권고 대상이 아니다.
질본과 달리 건강한 사람의 마스크 착용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유재명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은 “일부 확진자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감염병의 초기 예방과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질본보다 더 강력한 수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두 기관의 방침이 다름에도 서울시가 자체 홍보물에 질본의 로고를 넣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질본의 공동 홍보물은 건강한 사람도 마스크를 쓰라 하고, 질본의 단독 홍보물은 아픈 사람만 마스크를 착용하라 권고하고 있어 보는 사람은 어쩌라는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또 서울시는 질본이 만든 포스터에서 마스크와 관련된 부분만 임의로 수정ㆍ편집해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본은 포스터를 임의로 변경하지 말라고 공지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유재명 담당관은 “질본의 지침을 기본으로 서울시의 여건을 감안해서 선제적으로 강조해야 할 부분을 추가, 보완한 것이며 1339콜센터에 문의가 폭주해 단순 문의는 서울시 120다산콜센터로 분산시킬 수 있도록 질본의 로고를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정부와 지자체가 한 목소리를 낼 것을 강조해온 질본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질본 관계자는 “서울시가 포스터 편집 등에서 질본의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라며 “일관된 메시지가 나가는 것이 중요한 만큼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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