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시절 ‘셀프 후원’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셀프 후원 행위가 정치자금법상 ‘부정한 용도의 지출’이라고 판단해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보다 높은 형량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진원 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원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6년 5월 19일 정치후원금 중 5,000만원을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단체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고 지난해 1월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사건을 자세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재판부는 “더좋은미래 회원들은 규약에 따라 ‘1회 1,000만원, 월회비 10~20만원’을 납부하도록 돼있지만 피고인은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5,000만원을 기부했다”면서 “기부 당일 규약이 ‘1,000만원 이상’으로 개정됐다고 하더라도 회원 중 1,000만원을 초과해 납부한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하다”고 판시했다.
국회의원이 단체의 내부 규약이 정한 한도 내에서 기부한 행위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할 수 있지만 김 전 원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판부는 기부금 5,000만원이 결과적으로 김 전 원장이 소장으로 재직했던 ‘더미래연구소’로 흘러가 임금ㆍ퇴직금 등 사적 경비로 지출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6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연구소에 재직하며 받은 9,452만원 중 상당 부분은 자신의 기부금에서 기인했다”며 “기부금 일부가 피고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수 있는 점에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 전 원장은 “매우 유감스럽고 항소해서 다시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더좋은미래는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고, 관련 활동에 기금을 출연한 것은 정치자금법의 목적에 가장 부합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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