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환자들이 맞춤형 치료식 김밥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30년 경력의 병원 영양사가 직접 개발한 ‘건강 김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전북대병원 박영민(58) 임상영양사다. 박씨는 30년 넘게 병원 영양사로 근무하며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식단을 짜고 연구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식 건강 김밥을 개발했다.
박씨는 “오래 전부터 환자를 위한 식단 연구를 해오던 중 지난해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당뇨환자가 마땅한 식단을 찾지 못해 빵집을 들러 단팥빵을 먹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건강 김밥을 개발하게 됐다”며 “맛 중심의 일반 편의식품과 차별화해 맛과 영양은 물론 입원할 때만 섭취할 수 있는 환자의 기존 식단을 김밥에 모두 담아낸 게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김밥은 간편식이지만 평소 먹는 식단을 김밥 1줄에 영양을 모두 담아 한 끼 식사대용으로 충분하다”며 “당뇨와 고혈압 등 특정 식단을 챙겨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나 예방을 원하는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맞춤형 영양식을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개발한 김밥은 모두 다섯 종류다. △당뇨 환자를 위한 저당 균형식 △고혈압 환자를 위한 저염 균형식 △수술 후 회복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체력증진 균형식 △신부전증 및 투석환자의 영양 상태에 개선을 주는 저염ㆍ저칼륨ㆍ저인 균형식 △환자 가족과 내원객을 위한 일반식 등이다.
당뇨 환자를 위한 저당 균형식은 야채의 아삭함과 담백한 맛에 초점을 뒀다. 김밥 1줄의 열량은 455㎉로 탄수화물은 높지만 당분은 2g에 불과하다. 혈당과 혈중지질,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혈압 환자를 위한 저염 균형식은 야채의 아삭함과 매콤한 맛이 나고 나트륨 함량을 일반식에 비해 절반이상 줄였다. 체력증진 균형식은 장어가 들어가 있으며 열량이 581㎉로 다소 높다. 저염ㆍ저칼륨ㆍ저인 균형식도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필수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다.
가공식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쌀은 섬유소와 가바(감마아미노낙산) 함량이 높으면서 부드러운 식감까지 고려해 100% 발아현미를 사용한다. 김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은 햇김을, 김밥 속 재료는 양질의 단백질 식품과 신선한 계절 야채, 저당ㆍ저염ㆍ무색소로 직접 만든 무절임, 불포화지방산 식품인 참기름과 들기름을 사용한다.
박씨가 개발한 김밥은 전북대병원 지하1층에 새롭게 개장한 우수상품관과 로컬푸드 코너에서 지난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환자를 위한 건강식 김밥은 1줄에 4,500원~6,000원, 일반식은 4,000원이다. 그는 “시중에 판매되는 김밥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맛과 영양, 치료까지 해줄 수 있어 찾는 환자와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전북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부터 전북대병원에 근무해온 박씨는 환자에게 위생적이고 건강한 급식제공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7년에는 식품위생수준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라북도병원 영양사회장과 전북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박씨는 “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환자들의 올바른 영양 관리식으로 메디푸드가 주목 받고 있다”며 “기능성 건강식품이 시중에 많이 출시돼 있지만 특정 질병 치료에 도움 되는 간편 식단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정 질환에 맞는 편의식품 형태의 식사를 원하는 환자 요구에 맞춰 다양한 메디푸드를 개발해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도움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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