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엄한 처벌 필요하다”
스승이 소유한 고(故)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스승이 사망한 뒤 유가족 몰래 팔아 40억원을 챙긴 60대 남성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민철기)는 13일 절도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40년간 은사로 모셔 온 대학 교수 B씨가 2018년 12월 사망한 뒤 B씨의 운전기사, 가사도우미와 모의해 그가 소유한 김 화백의 그림 ‘산울림’을 빼돌려 판매 대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산울림’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인 김 화백의 1973년 작품으로, 그 가치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작품을 팔아 생긴 40억원으로 서울 잠실의 20억원대 아파트를 샀다. 범행을 공모한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에겐 총 10억원 가량을 나눠줬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2015년 스승 B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자신에게 “지금은 어렵고 나중에 작품을 정리하면 도와줄 수 있는데 이것(그림)을 정리해서 쓰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림 처분 의도가 없어 보이는 B씨가 친인척도 아닌 A씨에게 그림 판매를 위임하고 판매 대금 사용까지 허락했다는 진술은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렵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A씨가 아직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엄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씨의 범행은 B씨의 유가족이 유품을 정리하던 중 해당 작품이 사라진 걸 알고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 징역 9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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