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만 ‘1493’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단순히 지구상 어딘가에서 커다란 땅덩이를 찾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라시아 지역 사람과 아메리카 원주민은 마치 다른 우주에 사는 생명체처럼 철저하게 분리된 채 살았다. 굶주림에 고통 받던 유럽과 아시아의 빈민들이 머나먼 안데스 지역에서 건너 온 고구마와 감자를 먹으며 하루 세끼 수저를 들 수 있게 된 건 콜럼버스 덕분이었다.
전 세계가 하나의 무역망으로 편입된 세계화의 닻이 내려지면서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전 인류의 삶이 동질화하는 ‘호모제노센(Homogenocene)’이 나타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1493
찰스 만 지음ㆍ최희숙 옮김
황소자리 발행ㆍ784쪽ㆍ2만5,000원
그런데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말라리아나 황열병, 독감 등 아메리카에는 없었던 새로운 질병이 창궐했다. 모두 유럽에서 건너온 뱃사람들로부터 생긴 것이다. 이런 전염병으로 인해 당시 원주민의 70%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배를 타고 넘어온 가축과 식물, 미생물은 생태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책 제목 ‘1493’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듬해로, 신대륙의 변화를 의미한다. 발견 이전의 삶을 조명한 ‘1491’의 후속작이다. 저자가 사이언스지 등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인 만큼 사실에 근거한 명료한 문장이 돋보인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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