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부채 2,000조원, 국민 1인당 4,000만원 
 노무현 정부 말기 강남서는 “집 팔고 나갈 때”란 얘기도 
 빚내서 아파트 사는 ‘카드로 지은 집’(house of cards)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해도 소용이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강북으로 번지면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라더니 이제는 경기도의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이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연합뉴스

가계부채 규모가 2,000조원에 육박하는 모양이다. 2014년 1,085조원이던 것이 6년만에 두 배 가까이로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수치만 봐서는 별다른 느낌이 오지 않는다. 이 액수가 어느 정도의 규모일까. 계산기에 넣어 봤다. 인구 5,000만명으로 나눠보면 1인당 4,000만원에 해당한다. 실제로 빚을 내서 아파트 등을 사고 팔 수 있는 인구를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인 500만명으로 잡는다면 1인당 4억원이 된다. 빚을 지고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얘기다.

단순화 해서 보면 통상 서울 등지의 아파트를 사고 팔 때 이 정도 이상의 빚을 진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 거래를 하기 때문에 빚의 규모도 훨씬 클 것이다. 주변에 강남에 집을 산 지인들을 보면 빚이 6~7억원씩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자도 월 300만원 전후로 갚아야 한다. 연봉이 많은 기업의 임원이나 맞벌이 부부라면 이 정도 액수를 갚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30~40대가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젊은 시장 참여자가 빚을 갚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집값이 하락하면 ‘깡통’을 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과도한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가 많다. 집값이 오르면 집을 사기 위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불안해진 사람들이 다시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되면서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서양에서도 ‘카드로 지은 집’(house of cards)라는 말이 있다. 위태롭다는 얘기다. 더욱이 빚이 많으니 정상적인 소비를 하기 힘들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다가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집값은 일단 탄력을 받으면 끝없이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 땅, 집에 대한 종교적 맹신이다. 대량공급이 일어나거나 금리의 인상, 금융위기 등이 아니라면 계속 올랐다. 경제성장률과는 따로 움직인다. 최근 30년간 집값이 떨어진 시기는 단 3차례 있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개최를 전후로 집값이 폭등하자 수도권 1기 신도시가 발표됐다. 무려 265만 가구의 주택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1991년 이후 3년간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이하면서 상당기간 아파트 가격이 폭락했다가 반등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강남 아파트값이 치솟았을 때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집을 팔고 나갈 때”라는 얘기가 있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더 이상 강남이 아파트값을 지탱할 수 없을 거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분석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잠시 주춤하던 아파트 가격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폭등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더 이상 예측가능성과 합리성은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제는 강남을 넘어 물론 강북 등지로 집값이 폭등을 하고 있다. 저금리에 공급부족이 맞물린 탓이다. 그 동안 부동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30대들의 위기의식이 가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지만 집값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서 서울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을 짓자는 요구가 많지만 서울시는 거부하고 있다. 현행법 테두리에서 그린벨트를 풀어도 집을 지을 수 있는 규모가 1만 가구가 채 안 된다는 것이 서울시의 검토결과다. 공급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부순환도로 등의 유휴부지에 집을 짓겠다는 고육책이 나온다.

아파트 소유에 대한 과도한 욕망, 정부의 잘못된 정책, 저성장 국면의 저금리 고착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파트 소유에 대한 열망이 일종의 종교처럼 되어버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부동산학 박사)는 “아파트가 절대적인 미덕이 되고, 종교화 됐다. 이걸 아파트교 신도들이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우리 아파트 빨리 낡으라고, 천장에 물 새라”고 기도하는 행태와 의식이 나타난다. 이제 부동산은 경제학이 아니라 사회학으로 넘어갔고, 머니 게임을 지나 이데올로기 전쟁이자 계급갈등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아파트교 광신도들이 국민의 합리적인 판단을 막고 있다. 상식적이고 건전한 시민의식에 독약”이라고 말했다.

조재우 산업부 선임기자 josus62@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