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하면 인간을 위협하는 괴생명체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은 괴물은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진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한 장면

“사람은 못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 등장하는 대사다. 사람과 괴물이 실은 한끝차이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주는 덕에 영화 맥락과 상관없이 다양하게 인용됐다. 그러나 “⑴괴상하게 생긴 물체 ⑵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 알 수 있듯, 괴물은 본래 미지의 존재보다는 인간의 또 다른 모습에 더 가깝다.

테마소설집 ‘몬스터: 한밤의 목소리’와 ‘몬스터: 한낮의 그림자’는 ‘괴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다시 묻는 책이다. 김동식 손아람 이혁진 듀나 곽재식이 ‘한밤의 목소리’를, 손원평 윤이형 최진영 백수린 임솔아가 ‘한낮의 그림자’를 맡았다. 지난해 전자책 구독 서비스 업체 ‘밀리의 서재’에 연재된 열 편의 작품을 두 권의 책으로 나눠 담았다. 하나로 범주화하기 어려운 참여 작가들의 면면만큼이나, 평범한 일상에 도사린 괴물부터 기발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괴물까지 다채로운 괴물들이 등장한다.

 ‘몬스터:한낮의 그림자’ ‘몬스터:한밤의 목소리’ 
 손원평 외 9명 지음 
 한겨레출판 발행ㆍ각200쪽ㆍ각1만3,000원 

손원평의 ‘괴물들’은 쌍둥이 아이들이 남편을 죽일 거라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어느 여자 이야기다. 이 여자에게 괴물이란 ‘자신이 세상 밖으로 내놓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결과물’이다. 이혁진 작가의 ‘달지도 쓰지도 않게’ 속 괴물은 평화로운 가정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돈이라는 괴물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고, 괴물에 지지 않기 위해서는 갖은 애를 써야만 한다. ‘한국괴물백과’란 책을 냈던 괴물전문가 곽재식이 그린 괴물은 좀 더 ‘클래식한’ 괴물에 가깝다. 바다사자를 닮은 인어가 인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밍크고래 사냥을 돕는 모습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매 작품 끝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몬스터’의 모습은?”이란 공통 질문과 작가들 답변이 달려 있다. 그 중 윤이형 작가의 답변은 이렇다. “올바름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시스템이 지닌 한계나 오류 때문에 같은 약자가 다치는 일이 생겨도 아무도 그들을 구제하지 않는 것.” 최근 ‘이상문학상 사태’로 절필을 선언한 윤 작가의 모습과 겹친다. 아무렴, 사람 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지.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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