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승객들 가져가 되팔기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몇 개씩 가져가는 사람이 많아요.”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버스ㆍ지하철에서 시민에게 제공하는 마스크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뭉텅이로 마스크를 챙겨가는 일부 승객의 비양심 탓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에 지급한 마스크는 앞으로 이틀이면 전량 소진된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이제 일주일 분량의 마스크가 남았다. 공무원들이 백방으로 마스크를 구하고 있지만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날 기준 버스는 시가 확보한 마스크 740만개 중 80여만개, 지하철은 190만개 중 40여만개가 남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시는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버스와 지하철 등에 마스크를 비치한다고 발표했다. 매일 지하철 328개역에 각각 2,000매, 버스는 총 9,067대에 100개씩 마스크를 갖다 놓기로 했다.
비양심은 시장에서 마스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고개를 들었다. 일부 승객은 100매씩 들어있는 마스크 상자를 통째로 가져갔고, 심지어 이를 되파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서울시는 12일 버스운송조합에 공문을 보내 하루 비치 수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마스크를 주는 방식도 바꿔버렸다. 기존에는 교통카드 인식기 옆에 마스크 상자를 둬 승객이 알아서 가져가도록 했는데, 이제는 버스 기사에게 요청을 해야 받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무료로 나눠준다고 하니 몇 장씩 빼가는 사례가 많아 지급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제공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이달 3일 마스크 비치 장소를 무인 바구니에서 역무실 인근으로 변경했다. 제공 장소를 바꾸자마자 하루 평균 500개씩 소진되다 200개로 줄었다. 현재는 하루 70~90개 정도 가져간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몰라 시 담당자들은 마스크 수급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마스크가 개인 방역의 필수품이 되면서 마스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일부 유통업자들은 마스크를 대량으로 챙겨놓은 뒤 시세 차익을 노리면서 시장에 풀기도 한다. 공공기관들조차 적정 가격에 대량으로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시 관계자는 “버스만 해도 하루에 45만개씩 필요한데 그 정도 물량을 가진 유통회사가 없고, 제조사들은 내달 말까지 모든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면서 “재고 소진 전까지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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