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세계)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계기로 콘텐츠 사업에 대한 소회와 계획 등을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이 부회장은 1995년 미국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인물 중 하나지만 언론 노출을 꺼려왔다. ‘기생충’은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CJ ENM이 투자배급했다.
이 부회장은 우선 지난 9일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책임프로듀서로서는 이례적으로 작품상 수상 소감을 해 논란을 사게 된 사정을 밝혔다. 그는 “봉 감독이 ‘나는 (수상 소감 3차례로) 이미 말을 많이 해서 당신이 해야만 한다’고 했고, 나도 시간이 있을 거라 여겼다”며 “무대에 올라가면 전체 그림을 못 보게 되는데, (행사가 끝나) 무대 마이크가 내려간 것은 기술적인 실수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만약 그게 무대를 내려와야 한다는 의미인 줄 알았다면, 나 스스로에게 ‘무대에서 내려가’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 때 “딱히 아카데미상을 목표로 하진 않았다”며 “자라면서 한국 콘텐츠를 못 봤는데, 우리만의 것이 없었기 때문이고 (사업을 하며) 모든 종류의 한국 콘텐츠를 가장 잘 노출하는 방법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한국 콘텐츠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 “CJ는 한국 모든 창작자들이 그들의 욕망과 열정,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려고 했다”며 “이를 꾸준하게 해나가야만 했다”고 밝혔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이 게임 체인저냐는 질문에 대해선 “세계 여러 창작자와 감독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최근 몇 년 동안 아카데미는 해외 회원을 넓혀왔고, ‘기생충’의 수상은 회원들이 새로운 문화, 새로운 콘텐츠를 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 수상이 CJ의 할리우드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 거냐는 질문에 “좀 더 특화되고, 섬세한 전략을 취해야만 할 때”라며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때이고 지금이 정말 좋은 기회”라고도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의 협업 지속에 대해선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함께 일할 거지만 아직 발표할 만할 건 없다”며 “봉 감독은 ‘나는 각본을 써야 하고, 연출을 하고 제작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 달라’고만 말한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한국어 영화, 영어 영화 각 1편씩을 2년 전부터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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