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부터 코로나19까지…방역 최전선의 정은경 본부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에 대해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품귀 현상을 빚는 등 많은 국민이 감염을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매일 오후 2시만 되면 어김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과도한 불안과 우려를 잠재우는 사람이 있죠? 노란색 점퍼에 동그란 안경을 쓴 그, 바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입니다.

정 본부장은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일일 브리핑을 도맡고 있어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감염병위기경보 단계가 관심에서 주의로, 또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될 때도 정 본부장은 변함없이 또박또박한 말투에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핑을 이어나갔죠. 브리핑을 듣는 국민들이 안정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첫 여성 수장인 정 본부장은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힙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1995년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들어선 그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ㆍ질병예방센터장ㆍ긴급상황센터장 등 국가 위기관리의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어요.

정은경 중앙메르스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이 2015년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메르스 환자 발생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그러고 보니 어딘가 낯이 익지 않나요? 정 본부장은 5년 전에도 매일같이 마이크 앞에 섰던 적이 있어요. 그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질병예방센터장으로서 최전방에서 위기관리 대응을 했었어요. 또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했던 2016년에도 긴급상황센터장 자격으로 국민과 언론 앞에 서서 바이러스 공포감 해소에 앞장섰죠.

사실 메르스 사태 때는 정 본부장도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부 대변인 역할을 했던 정 본부장도 혹평을 감수해야 했었죠. 사태가 종료된 이후 의사 출신 공무원들이 감사원의 감사처분으로 직책 강등,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그 중 한 명이 정 본부장(감봉)이었어요.

그러나 이번엔 다릅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불필요한 혼란을 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이 많아요. 정 본부장은 속사포로 질문이 쏟아져도 당황한 기색없이 답변하고 있어요. 이에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고 해요. 그 많은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 보고 내용과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걸로 보이죠? 정 본부장의 소통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긴 마찬가지입니다.

동료 전문가들은 정 본부장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의사 출신 방송인 홍혜걸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선생님이 나와 박사학위 동문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분이라 이 어려움을 잘 해결하리라 믿는다”고 신뢰감을 드러냈습니다.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 본부장은 의대 1년 후배, 서울의대 예방의학 박사 동문”이라며 “심지가 곧고 추진력이 있다. 전문가답게 이 위기를 잘 극복하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TV 너머로 정례 브리핑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정 본부장을 높이 평가하긴 마찬가지입니다. SNS에는 “실태와 상황을 꿰뚫고 있는 듯한 믿음을 준다. 외길을 걸어온 만큼 전문성이 뛰어나다”(강모씨),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확진자 및 동선 발표와 전쟁과도 같은 방역 전선에서 또박또박 현 상황을 잘 정리해주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인모씨)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브리핑을 하는 정 본부장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어요. 첫 브리핑 때와 최근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건데요. 조모씨는 “20여 일 가까이 매일같이 TV에 등장하는 정은경 본부장. 시간이 지날수록 초췌해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정은경 본부장 이제 그만 쉬게 해라”(이모씨), “정 본부장 얼굴이 검은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힘내시라”(엄모씨) 등의 반응도 있었어요.

정 본부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마이크 앞에 서서 브리핑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감염병 확산을 통제하고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 역할을 정 본부장이 해내고 있습니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정 본부장에 대해 “전염병과 관련해서는 국내 어느 인사보다 뛰어난 전문가임을 믿는다”고 말했었는데요. 만약 국내에서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코로나19가 종료된다면 이번에는 정 본부장을 표창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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